14년 옥고 납북어부 재심 전 사망
간첩으로 몰려 14년 넘게 옥살이를 했던 납북 어부가 숨진 뒤에야 법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김경환)는 20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징역 17년, 자격정지 17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14년8개월을 복역했던 이아무개(2007년 숨짐·당시 57살)씨의 유족이 낸 재심 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민간인 수사권이 없는 군 제502보안부대 수사관들에게 끌려가 38일간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발가벗겨진 채, 잠 안 재우기, 거꾸로 매달기, 전기고문, 물고문 등 온갖 고문과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했다면, 진술을 증거로 삼을 수 없으며 조사서류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강원도에서 어부 생활을 하던 1971년 9월 조업 도중 동료 선원 18명과 함께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가 이듬해 9월 풀려났다. 이후 경남 거제로 옮겨 조선소에서 일하던 이씨는 북한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1984년 5월 1심에서 징역 17년, 자격정지 17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와 상고 모두 기각돼 1998년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풀려날 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이씨는 2006년 10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으나,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07년 2월25일 숨졌다. 이씨의 유족은 지난해 1월 “보안부대가 조작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국가는 위법한 확정 판결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난해 2월 창원지법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씨의 동생(48)은 “형님이 살아 계셨다면 좋았을텐데, 지금이라도 명예를 회복해 가슴이 벅차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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