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무원교육원 5급 승진자 과정 교육생들이 지난달 29일 전남 장성에 있는 조선 중기 청백리 박수량 선생의 묘 앞에 서 있는 ‘백비’를 찾아 청백리의 정신을 새기고 있다. 장성군 제공
조선중기 청백리 표상…현장학습 인기
조선 중기 때의 문신 박수량(1491~1554) 선생의 비석엔 아무런 글자도 없다. 전남 장성군 황룡면 금호리에 있는 그의 묘 앞 비석은 그래서 ‘백비’(白碑)라고 불린다. 형조판서, 한성판윤, 우참찬, 중추부사 등 38년 동안 조정의 고위 관직을 두루 거쳤던 그는 서울에서 변변한 집 한 칸 갖지 못했을 만큼 청렴했다. 암행어사 탐문에서도 “시골집에서도 끼니때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왔을 정도다.
박수량 선생은 64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묘를 크게 하지 말고 비도 세우지 말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명종이 청백리의 죽음을 슬퍼해 서해 바다에서 빗돌을 골라 하사했다. 자손들은 “청백했던 삶을 비문으로 쓰면 오히려 그의 청렴을 잘못 알려 누를 끼칠 수 있다”며 백비를 세웠다. 임금의 하사품을 무시하지 않고 선대의 유언도 지킨 셈이다.
최근 청백리의 표상으로 꼽히는 박수량 선생의 백비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호남의 대표적인 선비의 고장인 장성을 찾아 백비를 견학하는 현장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 5급 승진자 과정 교육생 82명은 지난달 28~29일 백비 견학 등 청렴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한학자인 박래호 선생한테서 ‘아곡 박수량의 생애와 공직관’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들은 뒤 백비를 견학하고, 전국 최대의 편백나무 숲 축령산 휴양림을 걸으며 공직자의 길을 사색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다음달 16·23일과 12월7일에도 80~100여명씩 백비 현장 체험학습을 할 계획이다. 중앙 부처에서 사무관 승진 심사를 통과한 공직자들로 6주간의 교육을 마친 뒤 승진 발령을 받는다.
유승주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총괄과장은 “공직 사회의 중간 관리자들이 청백리 선배 공무원들의 삶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백비 현장 체험 시간을 마련했다”며 “백비를 보고 온 교육생 공무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김양수 장성군수는 “청렴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에 박수량 선생의 백비가 공직자들에게 소리 없는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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