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4·3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하기로 하자 광주·제주지역 시민단체들과 자치단체장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윤봉근 광주시의회 의장은 10일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과부에 “피 흘려 쌓아온 자랑스런 민주정신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반민주적, 반교육적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5·18은 광주만의 역사가 아니며 대한민국을 뛰어넘는 인류문명사의 가치”라며 “유네스코도 인정한 세계의 유산인 5·18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육감은 “새 세대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며 “청와대·총리실 등에 시대착오적 집필기준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24개 단체가 꾸린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어 “광주시민의 30년 투쟁과 희생을 부정하는 반민주적 기준”이라며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을 곡해하면서까지 교과서에 정치색을 입히려는 불순한 의도를 개탄한다”고 성토했다. 시민단체들은 집필 기준이 철폐되지 않으면 서명운동과 집단행동으로 대응할 뜻을 밝혔다.
4·3 유족회, 4·3 연구소 등 제주 4·3 단체들도 전날 “이번 기준이 이승만 정부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4·3 사건과 6월항쟁, 5·18 등을 제외하는 등 정파적이고 이념적인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4·3의 객관적 사실을 역사교과서에 올곧게 수록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교과서 집필 기준 문제는 14일 충북 청주에서 열 전국 16개 시·도 의장단 회의에서도 안건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광주 제주/안관옥 허호준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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