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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투리에 담은 ‘제주의 삶’ 들어봅서!

등록 2011-11-10 21:44

사람과 풍경 제주말로 노래하는 가수 양정원씨
고교때부터 가요 제주어로 개사
사고당해 10년간 기타치며 재활
“모두 함께 부를 노래 만들고파”
“두린 소나이덜 물통에 들언 맨드글락 허영 몸 곰는 소리/ 제집아이덜 공기허멍 놀단 폭낭거리/ 폿자린 폭낭에 아장 맴 매엠 노래호곡/ 여름날 벳은 과랑과랑/ 탁배기 혼사발에 호루가 감쪄/ 폭낭 강알에 누웡.”

(어린 남자아이들 물통에 들어가 발가벗고 물놀이하는 소리/ 여자아이들 공기놀이하며 놀던 팽나무 거리/ 매미는 팽나무에 앉아 맴 매엠 노래하고/ 여름날 햇볕은 너무 뜨거워/ 막걸리 한사발에 하루가 간다/ 팽나무 아래 누워.)

제주어로 노래하는 가수 양정원(44·사진)씨의 노래 ‘폭낭거리’(팽나무거리)를 들으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1960~70년대 제주섬이 개발의 열풍에 휩싸이기 이전 중산간 마을의 팽나무 아래 앉아 어른들은 막걸리를 마시고, 남자아이들은 물장구를 치고, 여자아이들은 공기놀이를 하는 모습을 노래로 담았다.

중·고교 시절 기타 동아리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대중가요를 제주어로 개사해 부르는 데 맛을 들였다.

“그때는 제주어로 노래를 부르면 투박하다거나 촌스럽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이제는 제주어로 노래를 부르면 제주사람들은 옛날 생각이 난다고 하고, 다른 지방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좋아합니다. 제주어를 보전하고 향수를 느끼게 하는 데 제주어 노래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양씨가 본격적으로 제주어로 노래를 부른 지 20여년이 넘었다. 해병대 특수수색대 출신인 그는 지체장애 2급의 가수다. 89년 제대한 뒤 본격적으로 노래활동을 하다가 94년 전신이 마비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10여년 동안 마비된 손을 풀기 위해 재활운동을 겸해 ‘엄청나게’기타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의 제주어 노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어릴 때 중산간 마을에서 나고 자라면서 표준어를 모르고 지냈어요. 제주어가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이죠. 살아오면서 체험했던 것을 노래로 만드니까 제주사람들의 정서에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2000년부터는 돈벌이보다는 거의 무료공연을 다니다보니 경제적으로 쪼들리기는 하지만 “좋아서 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제주어 창작가요 4집 음반 <모다들엉>(모두 모여서)을 내놓고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수익금은 장애우 학생 지원 기금으로 전달했다. 최근에는 제6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창작하는 게 과제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제주 출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재일동포 사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고요.” 그는 언제나 희망을 갖고 산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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