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진기택 이장이 12일 납읍초등학교를 살리자는 뜻에서 주민들이 돈을 추렴해,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가정에 싼값에 빌려줄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천연기념물 375호로 지정된 ‘납읍 난대림’ 지대를 끼고 있는 납읍초등학교는 2001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 대상을 받았다.
해방 직후 세운 납읍초등교
학생 줄어 분교 위기 몰리자
“초등생 유치 임대주택 짓자”
학생 줄어 분교 위기 몰리자
“초등생 유치 임대주택 짓자”
제주도 북서부의 중산간 마을인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주민들이 마을 초등학교를 살리려 10억원을 모았다. 4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에 십시일반으로 모은 것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주민들이 땅을 내놓고 손수 나무를 베어다가 학교를 만들었는데, 없어지면 되나? 당연히 학교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야지.” 11일 납읍리에서 만난 주민 김창근(85)씨의 말에는 학교에 대한 애정이 진득하게 묻어났다. 납읍초등학교 초대 육성회장을 지낸 김씨는 1000만원을 내놓았다.
지난 7월 본격적으로 시작한 학교 살리기 모금에는 지금까지 주민 1200여명 가운데 304명이 참여했다. 기관·단체도 동참했다. 모금액만 10억1505만원에 이른다. 납읍초교는 재학생이 82명이다. 하지만 2015년에는 60명 이하로 줄어 분교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납읍리 진기택(54) 이장은 마을회의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싸게 빌려줄 다가구주택을 짓는 방안을 제안했다. 7억원을 모아 10가구가량의 주택을 짓자는 계획이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기왕이면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크게 짓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주민 변윤찬(88)씨는 “1000만원을 낼 테니 20가구쯤 짓자”고 했다. 최종적으로 24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1000만원을 낸 주민만 40명이나 될 만큼 학교 살리기 운동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재경향우회 강성언(60)씨는 “고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3000만원을 쾌척했다. 납읍교 15회 졸업생으로 지난해 모교에 부임한 김태선(58) 교장은 지난 3월 500만원을 내놓았다. 김 교장은 “주민들이 교육에 관심이 높아 분교로 바뀌는 건 자존심 때문에라도 허용하지 않을 태세”라며 “온 주민들이 나서서 이처럼 정성을 모으는 예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살리기 경험을 배우려고 다른 학교와 주민들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김 교장은 귀띔했다.
마을 주민들의 학교 살리기 운동은 여느 마을에서도 그렇듯이 학교를, 주민들을 한데 묶는 지역공동체의 정신적·문화적 뿌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진 이장은 “주민들의 호응이 예상외로 뜨겁다”며 “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주민들의 단합이 예전보다 더욱 돈독해졌다”고 자랑했다.
이 마을 주민들의 학교 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에도 비슷한 방식을 시도했다. 1968년 375명에 이르렀던 재학생이 1996년 53명으로 줄어들자, 빈집 빌려주기 운동으로 학생을 70명으로 늘렸다. 그 뒤 주민들이 돈을 모아 두 차례에 걸쳐 19가구(13평짜리)와 12가구(17평)를 각각 지었다. 처음에는 무료로 빌려주다가 유지보수비 명목으로 크기에 따라 연 50만~100만원을 받고 있다.
현재 납읍초교 재학생의 절반가량은 학교 살리기 운동 덕분에 찾아온 학생들이다. 이달 중순 공사에 들어가 내년 3월께 다가구주택이 완공되면 40~45명이 더 들어와 학생 수는 12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엔 젊은이들이 드문 이 마을에 초등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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