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씩 1억2천만원 모아
시민모임, 재정난에 숨통
“협상중인 미쓰비시 압박
무관심한 정부 부끄러워”
시민모임, 재정난에 숨통
“협상중인 미쓰비시 압박
무관심한 정부 부끄러워”
‘10만 희망 릴레이 10만명 돌파’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렸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 10여명이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운림동 무등산 들머리에 내 건 것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 동원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 회사를 상대로 피해보상 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하자며 올해 마지막으로 성금 모금 운동을 펼쳤다. 이국언(43)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받은 금액인 99엔에는 분노와 눈물이 스며 있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양금덕(83·광주 서구 양동)씨 등 피해자 할머니 8명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08년 11월 패소한 뒤 발족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208회에 걸쳐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개장 반대 1인시위를 벌였고, 지난해 6월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찾아가 13만5000여명의 항의 서명서를 전달했다. 마침내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해 7월 ‘협상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민간 기업이 한국 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협상에 응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시민모임은 협상하러 일본을 오가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했다. 정부에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시민모임 회원의 전세 보증금까지 끌어다 쓰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미쓰비시와의 협상도 교착 국면에 접어들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떠올린 것이 ‘99엔’과 ‘10만명’이었다. 시민모임은 지난 2월15일 99엔에 해당하는 1000원을 10만명한테서 모으자는 희망 릴레이 캠페인에 나섰다. 99엔은 일본 정부가 2009년 12월 후생연금(국민연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던 근로정신대 할머니 7명에게 지급한 금액이다. 우리 돈으로 1294원에 불과한 돈이다.
1944~45년 13~15살 나이에 끌려갔던 소녀 300여명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제작소에서 일하면서 의무적으로 후생연금에 가입했다. 1~2년 동안 일하고 임금 한푼 받지 못했고 정신대라는 명칭 때문에 위안부로 오해받아 이혼 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던 할머니 7명에게, 일본 정부는 40여년 물가 상승분조차 반영하지 않은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씩 책정했다. 99엔에 분노했던 할머니 8명 중 3명은 세상을 떴다. 성금 모금 목표를 10만명으로 정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 미쓰비시로 끌려간 강제 동원 피해자가 10만명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시민모임은 이날로 올해 희망 릴레이를 끝냈다. 9개월 만에 11만명의 서명을 받았고, 성금 1억2000만원을 모았다. 시민모임은 토·일요일마다 거리캠페인을 벌였다. 광주에선 중·고교 147개교의 학생 6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강원 봉평고와 대전 노은고, 충북 충주여고 학생들도 성금을 보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모금 청원에 전국 1만6000여명의 누리꾼들이 성원을 보탰다.
김희용(52)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 체결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하지만 역사적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며 “시민들이 낸 ‘1000원’에는 99엔을 건넸던 일본 정부와 협상에 무관심한 우리 정부를 부끄럽게 하고 현재 협상중인 미쓰비시를 압박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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