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지난 10월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폭력특례법 제6조 항거불능 조항’ 삭제와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촉구하는 동안, 한 장애인이 회견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우석법인 설립인가 취소등 일단락…무엇을 남겼나
복지시설 공익성 강화 위한
사회복지법 개정 늦어져
도가니법 제정 그나마 성과
학생 21명 이미 타학교 전학
복지시설 공익성 강화 위한
사회복지법 개정 늦어져
도가니법 제정 그나마 성과
학생 21명 이미 타학교 전학
광주 인화학교 운영자인 사회복지법인 우석의 설립인가가 18일 취소됐다. 광주시의 이 조처로 지난 9월22일 영화 <도가니>가 개봉된 지 두 달 만에 사태가 일단락지어진 셈이다. 이 영화는 관객 467만여명을 동원하며 약자의 아픔에 눈을 감은 행정·교육·법원·검찰에 ‘죽비’를 날렸다. 영화는 최근 종영했지만 영화로 촉발된 법률과 제도 개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오면서 국회는 지난달 28일 ‘도가니 방지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특위는 한 달 가까이 구성되지 않고 있다. 특위에서 핵심 대책으로 추진하려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5개에 이른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의 공익성 강화를 취지로 한다. 기존 시설의 족벌적·폐쇄적 운영에서 이런 사태가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개정안엔 공익이사제(3분의 1 이상), 인권침해 발생 때 임원 해임과 시설 폐쇄(1년에서 7년으로 연장) 등이 담겨 있다. 정부안이라 할 수 있는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안도 공익이사제를 포함해 성폭력 전과자 채용 제한, 반복적 성폭력 발생 때 허가 취소 등을 뼈대로 한다. 종교사회복지단체 쪽의 반대에도 여야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병합심사를 통해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특위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개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오는 21일에야 보건복지위에 상정해 첫 논의를 하기로 했다. 곽정숙 민노당 의원 쪽은 “17대 땐 종교계와 한나라당이 반대해 개정이 무산됐지만, 이번엔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어 다음달엔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장애인·아동을 성폭행한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기 위한 ‘도가니법’(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장애인을 성폭행하면 무기부터 7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형량을 강화했고, 장애인시설 종사자가 장애인한테 성범죄를 저지르면 법정형의 절반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장애인·아동 성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고, 솜방망이 처벌의 근거가 됐던 ‘항거불능’ 조항은 삭제했다.
두 달 동안 광주지역에선 인화학교 학생들이 모두 전학해 학교가 폐쇄됐고, 재산을 가톨릭에 넘기려던 우석 법인의 설립인가가 취소되는 조처가 잇따랐다. 인화학교 학생 21명은 1일부터 광주의 한 교육시설에서 새로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법인 허가 취소로 광주시에 넘겨지는 건물 4동을 비롯한 57억원의 귀속재산은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지원센터, 체험학습장, 직업교육장 등 공공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우석 법인 쪽은 “시설이 애초 설립 목적대로 활용된다면 굳이 행정소송을 내 설립인가 취소처분이 타당한지 다투지 않겠다”고 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임인택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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