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농부 홍순영(53·전남 구례군 광의면 온당리)씨
생태농법으로 ‘오메가3’ 쌀 수확하는 홍순영씨
농약중독 뒤 친환경 농법 전국순례
‘미친놈’ 소리들으며 고품질쌀 결실
“50㏊ 공동 유기농 단지 조성이 꿈”
농약중독 뒤 친환경 농법 전국순례
‘미친놈’ 소리들으며 고품질쌀 결실
“50㏊ 공동 유기농 단지 조성이 꿈”
서른아홉살 때였다. 1997년 여름 논에 농약을 친 뒤 쓰러졌다. 온몸이 가렵고 피부가 하얗게 변해갔다. 농약 중독이었다. 지리산 농부 홍순영(53·사진·전남 구례군 광의면 온당리)씨가 무농약 농사법을 배우러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는 현미식초 농사법, 우렁이 친환경 농법 등 무엇이든 배우고 실험했다. “한번은 큰 플라스틱통에다 바닷물을 담아 싣고와 논바닥에 붓기도 했어요.”(웃음) 농약을 뿌리지 않아 논엔 풀이 수북했고, 쌀 수확량도 농약을 쓰는 관행농법의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변에선 ‘미친 놈’이라고 수근거렸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홍씨는 2000년 ‘환원 순환농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에서 나온 것을 자연으로 돌리는 농법이었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탄화기’를 구입해 농장에 설치했다. 이 기계에다 주변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린 잡초와 식물들을 베어 잘라넣은 뒤 고열로 태워 나오는 연기를 액체로 추출했다. 쇠비름·자리공·소리쟁이 등 80여 가지의 식물 제제를 만들었다. 문고병이나 벼멸구 등 병충해가 올 때가 되면 그에 적합한 제제를 뿌렸다. 들깨와 비슷하게 생긴 레드 퍼릴라(적자소)가 밥맛을 햅쌀처럼 유지시켜준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됐다. 환삼덩굴·산죽·담배나무액은 선충을 잡는 데 탁월했다.
그는 무엇보다 땅 기운을 살리는 데 열정을 쏟았다. “모든 병충해는 토양에서 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퇴비에 주목했다. 맨밥을 인근 산에다 놓아둬 토착 미생물이 붙게 한 다음 흙설탕과 배합해 배양한 액을, 쌀겨와 밀기울 더미에다 뿌려 ‘발효 퇴비’를 만들었다. 퇴비 속 미생물은 땅 속을 파고들어가 재생산된다. 그는 “땅에 좋은 퇴비를 뿌리면 땅이 숨을 쉰다”고 말했다.
홍씨는 2007년께부터 무농약 농사에 확신을 가졌다. 벼논 9㏊(3만평)에서 생산한 쌀을 소비자 300여명에게 직거래로 팔기 시작했는데 밥맛에 반한 사람들이 입소문을 낸 덕분에 주문이 늘어났다. 요즘엔 홈페이지 ‘순영농장’(ecosoon.com)으로도 주문을 받는다.
지난 5월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지난해 수확한 쌀 100g의 시료에서 오메가-3가 1.3㎎이 들어 있다는 결과를 받고 누구보다 그 자신이 깜짝 놀랐다. 그래서 올해 주변 4개 농가와 공동으로 벼논 7곳 20㏊(6만500평)에서 순환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7일 홍씨 등 7곳의 논에서 생산한 쌀 시료 100g씩을 각각 한국식품연구원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오메가-3(리놀렌산) 성분이 5.4~9.1㎎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메가-3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지방산이다.
홍씨는 “그동안 땅에 투여했던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9남매 가운데 여덟째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7살부터 고향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다가 서른살 무렵부터 줄곧 땅에서 살아왔다. 구례농협은 홍씨 등 5명이 수확한 쌀을 수매가보다 2~3배 높게 사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그는 “내년엔 공동 단지를 50㏊로 늘려 유기농 쌀 농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5녀1남 자녀 가운데 외동아들 기표(23)씨는 올 2월 한국농업대 과수학과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땅에서 함께 일하는 농부가 됐다. 홍씨는 “아들 놈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며 대견한 듯 씩 웃었다.
구례/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지리산닷컴> 제공
구례/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지리산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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