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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원폭 피해자 노랫가락서 ‘한의 뿌리’를 찾다

등록 2011-11-22 19:55

캐나다 토론토대 음악인류학과 교수인 조슈아 필저(42)
캐나다 토론토대 음악인류학과 교수인 조슈아 필저(42)
조슈아 필저 토론토대 교수
위안부 할머니 조명 이어
합천 머물며 ‘연구 삼매경’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었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캐나다 대학생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와 원자폭탄 피해자 문제를 설명할 방법은 없을까요?”

캐나다 토론토대 음악인류학과 교수인 조슈아 필저(42·사진)는 지난 7월부터 경남 합천에 머물며 원자폭탄 피해자와 그 후손의 삶을 연구하고 있다.

합천군은 1945년 8월 일본에서 머물다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아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곳이다. 필저 교수는 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을 살펴, 이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아픔과 그 아픔의 극복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폭 직접피해자 160여명, 원폭 피해 2세 40여명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한국인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가슴속 아픔을 노래로 표현하고, 그 노래를 통해 깊은 설움을 스스로 치료하는 것 같아요.”

그가 한국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래의 의미’를 발견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컨트리음악의 도시인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밴드 활동을 하던 중 한국인 친구한테 선물받은 한국 전통음악 시디(CD)를 듣고 차츰 빠져들었다.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을 다니던 96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국립국악원에서 서도민요를 배우고, 이를 정리해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2001년 미국 시카고대 박사과정 도중 그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증언집을 우연히 보다 피해 할머니들이 중간중간 노래를 섞어가며 증언하는 것을 발견하고 한국인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노래에 또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그때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해 45명을 심층 인터뷰했으며, 그 연구 성과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0년간의 연구 성과는 내년에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원폭 피해자에게 옮아갔다. “원폭 직접피해자들은 어릴 때 일본에서 배운 동요나 군가를 아직도 부분부분 기억하고 부르고, 그 후손들은 전혀 다른 노래를 부르는데도 그 속에는 부모 세대의 아픔이 분명히 녹아 있더군요.” 하지만 그는 그것을 단순히 애환이나 신세타령이라고 잘라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2009년부터 토론토대에서 ‘음악과 폭력’ 과목으로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강의하고 있다는 그는 “학생들이 너무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게 원폭 피해자 문제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5~6년간 해마다 합천을 방문해 연구하면서 관련 첫 논문을 내년 초 발표할 계획이다.

“원폭 피해자를 돕겠다고 서두르면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 모두가 정확히 알고, 전세계에 알리는 일이죠. 그래서 지금은 이들의 목소리만 열심히 담을 뿐 연구 목표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뒀습니다.”

합천/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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