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품질평가원의 양돈 분야 품질평가에서 3년 연속 대상을 받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봉영농장 대표 고봉석·고영미씨 부부가 지난 1일 돈사 앞에서 새끼 돼지들을 안고 밝게 웃고 있다.
‘축산물 품질평가 3년째 대상’ 제주 봉영농장 고봉석·고영미 부부
전재산 들인 농장 ‘9년 분투’
유럽 연수 뒤 품질개선 눈떠
친환경 사료에 항생제 퇴출
최고등급 출하 ‘전국평균 7배’
전재산 들인 농장 ‘9년 분투’
유럽 연수 뒤 품질개선 눈떠
친환경 사료에 항생제 퇴출
최고등급 출하 ‘전국평균 7배’
막막했다. 폐허나 다름없는 농장을 본 순간 고영미(42)씨는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양돈업을 하려고 하느냐”고 말하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편 고봉석(41)씨는 옆에서 겸연쩍은 표정만 지었다. 부부는 쓰러져가는 농장 창고에 간이침대를 갖다 놓고 지내면서, 하나둘 맨손으로 고쳐나갔다. 9년 전인 2002년 5월이었다.
대학 축산학과 출신인 봉석씨는 양돈축협에 다닌 지 4년째 되던 해, 축협 조합원이 내놓은 양돈농장을 바로 그날 사들였다. 영미씨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제주시에서 7차례나 집을 옮겨다닌 끝에 어렵사리 얻은 아파트를 내놓고, 시골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로 들어가 양돈농장을 하기까지는 갈등도 있었다. 결국 영미씨가 동의했다. 봉석씨와 영미씨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딴 ‘봉영농장’은 이렇게 출발했다.
농장을 인수한 이듬해 2003년 3월 처음으로 돼지 15마리를 제주시 축산물공판장에 내놓았다. 한마리에 35만원을 받았다. 농장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부부는 펑펑 울었다.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생각이 달라졌다. 더 좋은 값을 받는 돼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품질을 고민했다. 2007년 3개월 동안 양돈 선진국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찾아간 연수는 양돈기술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 충격적이었다. 분뇨 처리에서 종돈·폐사돈 관리, 사양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부끄러움이 앞섰다. ‘양돈업에서 손을 뗄까’도 했다. 아내에게 유럽의 첨단 양돈농장을 설명했다. 아내의 반응은 “웃기지 말라”는 거였다. 2009년에는 아내와 함께 유럽으로 갔다. 생산성이 높은 이유를 눈으로 확인시켰다.
네덜란드 양돈농장의 환기시스템을 도입한 1500평 규모의 돈사를 만들었다. 신선한 공기가 자동으로 유입되는 이 시스템은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사료는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했고, 항생제는 아예 쓰지 않는다.
봉영농장 들머리에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받은 ‘환경친화 축산농장’ 인증을 비롯해 ‘위해요소 중점관리 우수축산물 적용사업장’, ‘무항생제 축산물’ 등 3개의 인증서가 붙어 있다. 6307㎡의 터에 어미돼지 50마리로 시작한 돼지는 2500여마리로 불어났다. 이들 부부는 품질을 높이려고 돼지가 6개월령 이상 되고 115㎏이 넘어야 출하한다.
지난달 23일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주관한 축산물 품질평가에서 전국 최고인 대상을 받았다. 3년 연속 대상 수상이다. 올해 출하한 돼지 4021마리의 육질 평가 결과 최고 등급인 1+ 등급이 28.1%나 됐다. 전국 평균인 3.7%에 견줘 7배 이상 높다. 그런 봉영농장도 생산성을 따지면 어미돼지 한 마리의 연간 출하마릿수는 21마리(전국은 15~16마리)로, 유럽의 25~26마리에 미치지 못한다.
고봉석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해 “대책 없이 개방한다”고 비판하며 “품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선진국의 80~90%까지 끌어올리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귀포/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고봉석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해 “대책 없이 개방한다”고 비판하며 “품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선진국의 80~90%까지 끌어올리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귀포/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