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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평균 나이 일흔아홉살 무대선 ‘청춘배우’ 뺨쳐

등록 2011-12-08 21:08

제주시 구좌읍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이 조직한 ‘실버스타 연극단’이 지난 6일 제주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미·안·해’라는 제목의 가족극을 공연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이 조직한 ‘실버스타 연극단’이 지난 6일 제주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미·안·해’라는 제목의 가족극을 공연하고 있다.
사람과 풍경 어르신들 연기 도전 ‘실버스타 연극단’
제주 구좌읍 주민 10명 모여
4월부터 매주 4시간씩 연습
“아이들 격려에 용기 얻어”
“손자 손녀들이 보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 대사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무대 뒤편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 손에 대본을 들고 연습하면서 은근히 걱정이 됐다. 하지만 무대가 열리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연극에 몰입했다. 연극이 끝나자 관객들의 우렁찬 박수소리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지난 6일 오후 제주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는 제주시 구좌읍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경희)이 조직한 ‘실버스타 연극단’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17년 만에 나타나 집문서를 갖고 달아난 아들이 새벽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뒤늦게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지 아방 사는 법을 몰라! 자식허영 뭐헐 꺼여?”(자기 아버지 사는 법을 몰라. 자식해서 뭐할 거야) 김순금(84·여)씨의 쩌렁쩌렁한 대사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미),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며(안),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해) - 그 이름은 가족입니다”라는 연극 제목처럼 이날의 공연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10명으로 구성된 연극단 배우들의 평균 나이는 79살. 최고령자는 ‘한재 어르신’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친 고두규(86)씨였다.

복지관이 ‘실버스타 연극단’을 만들게 된 것은 지난 3월이다. 사회복지사 고근호(42)씨는 “관내 어르신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고 소일거리가 없이 무료하게 보내고 있어 삶의 활력소를 만들자는 뜻으로 연극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농민, 해녀, 어업인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매주 2차례 2시간씩 전문 연출가에게 교육을 받았다.

연습 초기에는 대본을 외워도 잊어버리기 일쑤였고, 어색한 연습장면을 지켜보면서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5~8분짜리 4개의 장면으로 이뤄진 연극의 1개 장면을 완성하는 데만 50여일이 걸렸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병원을 갔다가도 왔고, 외출했다가도 연습시간이 되면 발길을 돌려 출석했다. 연습을 하면서 그동안 앓고 있던 우울증을 고치기도 했다.


고두규씨는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격려해줘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최덕금(78·여)씨는 “집에서는 자신이 있었는데 무대에 서면 자꾸 잊어버린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봉관(74)씨는 “이 나이에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복지관 쪽은 내년에 2기 실버스타 연극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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