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당원·시민단체 ‘싸늘’
난장판이 된 민주당 전당대회의 소식이 전해진 12일 민주당 지지 여론이 강했던 광주지역의 민심은 요동쳤다. ‘수권정당이 되려면 정신차려야 한다’는 비판에서부터, ‘더는 기대할 게 없다’고 고개를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인사들은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대의원들은 “당을 사랑한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술 마시고 단상을 점거하고, 여성의 뺨을 후려치는 등 막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민심이 어떻게 흐를지 두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시의원 출신 한 대의원은 “자멸을 자초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송선태(57)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당원이 아니고 국민이 살 집인데, 국민보다 당원을 먼저 고려한 듯해 씁쓸하다”고 했다.
문아무개(42·교사)씨는 “아직도 동원·폭력·깍두기가 난무하는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느냐”며 “연대와 통합의 과정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한테 상처를 주는 일들은 제발 그만두라”고 말했다. 조정관(50) 전남대 정외과 교수는 “민주당이 이번 일로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만 부각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태껏 지역의 여당 격인 민주당과 선을 그어온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더 차갑고 매서웠다. 김강렬(52)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민주당 구당권파들은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석(48) 시민이만드는밝은세상 사무처장은 “자괴감이 든다는 주변인사들이 적지 않은 만큼, 내년 총선 투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에선 이번 사태가 호남지역 일부 정치인의 주도로 이뤄졌을 뿐이며, 이를 확대해석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사 문아무개씨는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호남 민심의 본류는 착잡함”이라며 “민주당을 특정지역에만 기반한 정당으로 한정하려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