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가 소속 대전경찰청장 컴퓨터 해킹 도청

원격제어·녹음 프로그램 설치해 대화 녹취
경찰 “승진심사 앞두고 성향 알아내려 한듯”

승진 심사를 앞둔 경찰 간부가 상급자인 지방경찰청장의 대화 내용 등을 불법 녹취한 혐의로 붙들렸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1일 대전지방경찰청장의 컴퓨터에 녹취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 청장의 대화·통화 내용 등을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대전경찰청 정아무개(47) 경정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경정은 지난 14일 저녁 대전지방경찰청사 7층 청장 집무실에 들어가 외부망과 연결돼 있는 컴퓨터에 녹음 및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집무실에서 이뤄지는 대화와 통화 내용의 녹취 파일이 자동 생성되게 했다. 그 뒤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로 청장 컴퓨터에 접속해 17일 오전까지 생성된 녹취 파일 320개를 내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2006년 경정으로 승진한 정 경정이 내년 총경 승진 심사 후보에 오르자, 새로 부임한 지방경찰청장의 성향과 친소관계 등을 알아보려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장이 지난 16일 컴퓨터가 느려진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비서실에 점검을 지시해 컴퓨터 본체를 교체했으나, 정 경정은 같은 날 저녁 다시 청장실에 들어가 원격제어 프로그램 등을 재설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 경정이 설치한 녹취 프로그램은 컴퓨터를 켠 상태에서 대화하면 컴퓨터 본체에 설치한 마이크에서 소리를 자동으로 인식해 녹음 파일을 만드는 것으로, 악성 프로그램 등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백신 프로그램이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경정은 비서실 직원들에게 ‘국내 한 경제연구원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청장에게 도움이 된다’고 속여 이 프로그램을 설치했으며, 16일 밤 청장이 퇴근한 뒤에도 컴퓨터가 작동하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비서실 직원의 신고로 붙잡혔다. 정 경정은 ‘모두 잘못된 일’이라며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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