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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1327억 중 1278억 삭감 ‘쪼그라든 예산’‘
막무가내’ 해군기지 제동걸리나

등록 2012-01-02 21:04

‘민군 복합형’ 국회 무시 탓
올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예산이 크게 삭감돼 해군기지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새해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정부 원안인 1327억원보다 1278억원이 삭감된 49억원으로 의결했다. 육상설계비와 보상비 등 49억원만 살아남았다. 항만 등 기지 시설공사비·토지보상비·설계조사비·감리비 등은 모두 삭감됐다.

■ 국회 부대의견 무시가 원인 국회가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한 것은 국회 부대의견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회 부대의견 미준수 △추진 중 각종 문제 발생 △검증결과에 따라 사업내용 변경·조정 가능 등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국회는 2007년 12월 주민 반발이 거세자 ‘민·군복합형 기항지 건설’을 부대의견으로 달고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방부와 해군은 국회 부대의견을 무시한 채 사실상 해군기지 중심으로 추진해왔다.

해군의 소통부재도 한몫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을 포함해 주민·활동가들을 잇따라 구속하고, 대규모로 공권력을 동원해 공사를 진행했다. 이는 해군기지 논란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1일에는 제주도와 국방부, 해군이 15만t 크루즈의 입출항이 어렵다는 항만설계 오류를 확인했지만, 해군은 같은 날 구럼비 발파 신청서를 경찰에 내는 등 일방통행식으로 공사를 밀어붙였다.

■ 항만설계 변경 불가피할 듯 예산삭감이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군이 지난해 집행하지 못한 관련 예산 1000여억원을 이월해 공사를 계속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사를 지속하면 예산을 삭감한 정치권을 무시하고, 주민과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이라는 부대의견을 지키려면 항만설계를 변경해야 할 입장이다. 사업 내용과 일정 자체를 재조정해야 한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도 변수다. 제주범도민대책위 관계자는 “해군기지 문제가 전국적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정당과 후보의 주요 공약사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삭감으로 입지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반면 주변지역 발전계획 예산이 대부분 삭감되는 ‘수모’를 겪은 제주도는 해군기지 관련 입장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2014년 완공하려던 해군의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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