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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폭력 피해학생 12명 학교 대신 경찰 찾아가
“두려움 속 학교 다니기 싫어 용기내”

등록 2012-01-12 08:17

대전서 중학교 2학년생들
2년간 돈갈취·폭행 당해
“보복 불안에 이제껏 못알려”
파출소가 보이자 아이들 12명은 약속한 듯 걸음을 멈췄다. ‘들어가야 하나, 신고한 게 들통나면 또 맞는 건 아닌가.’ 겨울바람보다 더 추운 두려움이 어른거렸다.

지난 10일 저녁 7시께 대전의 한 중학교 2학년 12명이 대전 대덕경찰서 송촌파출소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었다. 경찰관들이 다독거리자 영록(가명·14)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얘기하면 뺏긴 돈 찾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지지난해 3월 입학했을 때부터 동급생인 규현(가명·14)이한테 두들겨 맞고 돈을 뺏긴 사연을 털어놓았다. “싸움 잘하는 형들과 친한 규현이가 저녁때 학교 근처 공원 화장실로 1만원을 갖고 오라고 했어요.” 진태(가명·14)는 자술서에서 ‘1학년 때는 1~2명에게 가끔 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2학년이 되면서는 3~5명에게 1만~5만원을 모아오라고 수시로 시켰다’고 적었다.

아이들은 여동생 용돈을 뺏거나 친구들에게 빌려 돈을 건넸다. 원하는 돈에 모자라면 일렬로 서서 뺨을 맞거나, 가슴을 주먹으로 맞고, 발길질을 당했다.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우산으로 엉덩이를 맞았다고 했다. 인근 초등학교나 공원 화장실, 주택가 골목길 등에서였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게 무서웠고, 돈 가져오라는 규현이 전화를 받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고 진술했다. 한 아이는 “이렇게 사느니 죽자는 생각도 했다”고 울먹였다.

11일까지 피해를 겪었다는 중학생은 16명에 이른다. 동천(가명·14)이는 “파출소에 간 어제도 규현이가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규현이를 만나러 가던 친구들이 ‘돈을 돌려받자’고 해 파출소에 갔다”고 했다.

학교폭력 뉴스가 자주 보도되고 학교에서도 피해를 당했으면 밝히라고 해 고민하다, 두려움 속에 학교 다니는 게 싫어서 용기를 냈다면서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보복당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집에도 학교에도 알리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런 내용을 알기는 처음”이라며 “지난해 5월 수학여행 때 규현이가 친구들한테서 30만원을 모은 사실이 드러나 봉사활동을 하도록 처분했고 그 뒤 몇 차례 더 문제가 생겨 규현이 부모에게 위탁교육을 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규현이와 부모에게 ‘아이들에게 보복 폭행을 하면 가중처벌된다’고 알리고, 규현이가 수십 차례 동급생들에게 300만여원을 빼앗고 폭행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규현이 친부모는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준배 대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피해 학생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신고해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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