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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분신

등록 2012-01-18 10:35

한전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5년째 마찰
주민반대에도 공사강행…70대 노인 극한선택
5년째 주민들과 한전이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결국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16일 저녁 8시10분께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들머리에서 주민 이아무개(74)씨가 몸에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을 목격한 ‘밀양 송전탑 건립 반대 산외면 대책위원회’ 김응록(69) 위원장은 17일 “이씨가 온몸에 기름을 끼얹은 상태로 마을 입구 삼거리에 걸어와서 갑자기 일회용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였다”며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씨는 이날 저녁 6시와 7시30분께에도 기름통을 들고 나와 분신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기름통을 빼앗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이씨는 ‘내가 오늘 죽어서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날 낮 한전은 이씨 소유 논에서 이씨 등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송전탑 설치를 위한 준비작업을 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한전 쪽에 거세게 항의했으며, 공사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논에 놔둔 굴착기 등 장비를 치우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공사 시한이 촉박해 주민들의 반대에도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날 이씨 등 주민들과 직접적 마찰은 없었으며, 분신도 인부들이 모두 철수한 뒤에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한전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90.5㎞ 구간에 철탑 161개를 세우고 765㎸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2008년 8월 착공했다. 하지만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69개의 철탑이 세워지는 밀양 주민들은 생존권과 재산권의 보장을 요구하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9년 한전과 대책위, 밀양시 등은 갈등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 끝에 보상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는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2010년 하반기 국회 차원의 ‘송·변전 보상 관련 제도개선위원회’가 만들어져 밀양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전선로 설치에 따른 갈등 해소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장기간 파행적으로 운영돼 제도 개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제도개선위원장인 이선운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전문기관에 연구 용역을 맡겨 적정 수준의 보상금이 이미 산출된 상태이고, 주민들은 요구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지만 이 결과에 동의한 상태”라며 “만약 국회만 정상적으로 운영됐더라면 지난해 끝날 수 있었던 문제인데 너무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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