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 등이 출자해 3년 전 세운 완도전복㈜의 주주인 어민들이 양식장에서 전복을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주식회사 출범 뒤 유통업자에게 물량을 얹어줘야했던 덤 관행이 줄어들고 결제가 빨라지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완도전복㈜ 제공
전남 6개 어민기업 ‘성장가도’
‘완도전복’ 올매출 300억 목표
유통업체 횡포 줄고 고용효과
“경쟁력 갖춰 FTA 극복 기대”
‘완도전복’ 올매출 300억 목표
유통업체 횡포 줄고 고용효과
“경쟁력 갖춰 FTA 극복 기대”
“우리가 회사를 만드니까, 유통업체의 횡포가 단번에 사라졌어. 통사정을 해야 했던 유통업체가 거꾸로 물량을 확보하려고 ‘밥값’(웃돈)까지 100만~200만원 준다고 한당게.”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15년째 전복을 키우는 강대욱(63)씨는 3년 전 완도전복㈜이 출범한 뒤 “어업인들 위상이 달라졌고, 소득도 30%는 늘었다”며 웃었다.
그는 2007년 한 유통업체에 전복을 팔았다가 대금 2200만원을 못 받아 소송을 해야 했다. “예전엔 전복 팔 때 50%까지 덤을 줬어. 거기까진 그렇다고 쳐. 대금을 받으려면 한정없이 기다려야 헌게 속이 상혔제.” 대금을 받아내기까지 2년 넘게 걸렸다. 비슷한 피해를 봤던 이웃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그는 많이 지치고 상처를 받았다. 이즈음 생산자가 유통을 주도하는 주식회사를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되자, 강씨는 앞장서 주주로 참여했다. 신동호 완도군 수산식품 담당은 “완도전복㈜이 생기면서 유통단계의 감량과 폐사를 고려해 얹어줘야 했던 덤 물량이 10%까지 줄었고, 대금 결제도 평균 45일에서 7일로 당겨졌다”고 설명했다.
어업인 주식회사의 선두 주자인 완도전복㈜은 2009년 3월 어업인 615명과 완도군·완도수협이 유통 개선, 시장 개척 등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매출은 2009년 106t 46억원에서, 2010년 380t 150억원, 2011년 574t 220억원으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의 28.6%인 63억원어치가 일본·중국 등으로의 수출액이라는 점은 성장의 좋은 조짐으로 여겨진다. 올해 목표는 770t에 300억원으로 잡았다. 그동안 3차례 증자해 지금은 주주가 1250명, 자본금은 87억여원으로 덩치도 커졌다.
전남지역엔 완도전복을 비롯해 장흥무산김, 여수녹색멸치, 신안새우젓, 신안우럭, 새고막 등 6개 품목의 어업인 주식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전남산이 전국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들이다. 어업인들은 주주로서 1인당 200만~2억원을 출자했다. 6개 회사의 설립으로 연인원 1500명이 고용되고, 대형 유통업체 10곳에 직접 판로가 뚫리는 효과도 나타났다. 올해는 4월쯤 홍합회사가 창립할 예정이다. 전남도는 내년엔 뱀장어·굴비·다시마·미역·낙지 등으로 확대하고, 이밖에 굴·톳·매생이·꼬시래기·근해어망·새우조망 등도 투자 의향을 조사중이다.
전남도는 애초 2009~2013년 20개 품목별 주식회사를 설립해 수산업의 규모화와 기업화를 정착시키려고 했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을 체계화하기 위해 11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현상 유지를 바라는 어업인들도 있어, 회사 하나를 설립하는 데 2년 안팎 정성을 쏟으며 한발한발 더디게 나아가고 있다. 이인곤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경영 자문, 저온창고·가공공장·유통센터 건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성공한 품목들은 대외 경쟁력을 갖춰 자유무역협정(FTA)의 높은 파도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전남을 방문해 어업인 주식회사를 견학하며 사업 타당성을 검토했다. 검토 결과 도 내에서 적절한 품목을 찾지 못했고 보조금이 들어갈 것을 우려해 당장 추진하지는 않기로 했다. 충남도는 어업인 주식회사보다 소규모인 영어조합법인에 가공시설 건립과 공동 판매를 우선 지원하고 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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