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공탁 걸고 접근 막은채 국책사업 내세워 공사 강행
송전선로 3m 이내만 보상…30년 임대비 감정가 25%뿐
보상제도개선안 국회 계류
송전선로 3m 이내만 보상…30년 임대비 감정가 25%뿐
보상제도개선안 국회 계류
지난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고압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이아무개(74)씨가 분신한 데는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비현실적 보상제도가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일식 ‘765㎸ 송전탑 반대 분신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30일 분신사건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시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낮은 보상금만 지불하고 공사를 하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한국전력이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유족과 피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일 주민들의 말과 경찰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16일 분신자살한 이씨는 시가 4억원가량의 논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땅에 송전탑을 세우려던 한전은 이씨와 보상금 합의에 실패하자 보상금 명목으로 6000만원을 은행에 공탁하고, 이날 새벽 이씨의 접근을 막은 상태에서 송전탑 설치를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한전은 송전탑을 설치할 때 송전탑이 들어서는 부분의 땅만 보상범위로 정해, 감정가를 보상금으로 주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상금이 시가에 견줘 턱없이 낮을 뿐만 아니라, 송전탑 주변 땅은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씨는 이날 저녁 7시께 “내가 죽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 한 몸 바치겠다”며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공사장 부근 마을 어귀에서 몸에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전탑이 아닌 송전선로가 지나는 땅에 대한 보상은 더욱 미미하다. 이씨 소유 논에 인접한 다른 사람 소유의 3만㎡가량 임야 시가는 8억8000만원에 이르는데, 송전선로 통과 대가로 한전이 제시한 보상금은 680만원에 불과하다. 보상범위가 송전선로의 좌우 3m 이내에 불과한데다, 30년간 임대비용으로 감정가의 25~35%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에 따라 한전, 대책위, 밀양시 등은 2010년 ‘송·변전 보상 관련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전국 곳곳의 송전선로 설치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으나, 국회가 파행 운영되면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
제도개선위원장인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개선안을 보면 보상금액이 주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준은 아니더라도 한전이 제시한 것보다는 훨씬 많으며, 보상범위도 훨씬 넓어진다”며 “주민들이 대체로 개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서둘러 논의했더라면 이번 분신자살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보상금 문제는 민감한 사안으로 유족과 주민들을 격앙시킬 수 있고 사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말 완공 목표로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90.5㎞에 철탑 161개를 세우고 765㎸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2008년 8월 착공했다.
밀양/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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