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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이면 밀어붙여도 되나, 독재시대인가”

등록 2012-03-08 22:38수정 2012-03-08 23:53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인터뷰] ‘강정 해군기지 반대’ 강우일 주교
“총선이 다가오면서 선거에 영향을 받기 전에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게 느껴집니다. 국민의 소리를 너무 외면하는 일방적인 추진 상황이 정말 안타깝고 실망스럽습니다.”

8일 제주시 천주교 제주교구청에서 만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사진)는, 전날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해안 발파를 강행한 정부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 주교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예산을 96%나 삭감한 건 설계 등 여러 문제점이 있어 재검증할 때까지는 공사를 하지 말라는 입법부 뜻을 밝힌 것”이라며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정부가 왜 이렇게 국민들과 소통을 안 하고, (강행을)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앙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그런 특별자치도의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여야의 도당위원장까지도 공정한 재검증을 위해 공사를 일시 보류하자는 견해를 밝혔는데도 무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 인사들 잘못 고백
현실 직시하고 입장 바꾼것
‘말바꾸기’ 주장은 말꼬리 잡기
정부 잘잘못 가리자는 것 아냐

강 주교는 “정부가 못 들은 척하고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가가 한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정당화된다는 논리는 전제주의 시대나 있음직한 일이다. 국책사업을 시작했다가도 국민들의 저항이 있거나 많은 사람이 반대하면 중단하거나 원위치로 되돌리는 것이 민주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 인구가 1%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 99%가 이를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 전체에 관련된 문제이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강 주교는 노무현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자 노 대통령에게 잘못된 출발이라는 점을 알리고 편지도 보냈던 일을 털어놨다. “당시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한국 정부 차원에서 단독으로 결정하기가 어려운 사안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전해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프로젝트라는 확신을 더욱 갖게 됐습니다.” 강 주교는 “노 대통령에게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명명한 이상 이와 맞지 않는 해군기지 건설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 총리들도 만나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참여정부의 당시 잘못을 지적했다.

하지만 강 주교는 최근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의 ‘말바꾸기’ 주장은 말꼬리 잡기 식의 비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원위치 해야 되겠다’고 고백했다. 지난 정부라고 실수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 어떤 정부라도 역사가 흐른 뒤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 반성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그는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현실을 직시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과 문재인 상임고문은 각각 지난해 8, 9월 제주에서 “제주도민들에게 사과드린다”, “참여정부 때 결정됐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됐다. 송구스럽다”며 사과한 바 있다.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를 둘러싼 제주도의 최근 움직임을 두고 강 주교는 “우근민 지사는 행정가로서 제주도 미래를 위해서 최대한 득이 되는 쪽으로 문제를 풀려 하고 있다”며 “이해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입장은 행정가가 취하는 입장과 차이가 있다. 해군기지 백지화는 제주도민을 위해서,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이나 강정주민들의 반대운동 참여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제주도가 과거 유형지로서 중앙정부로부터 내버려졌다는 체념, 또 4·3 때 비참하게 당했는데도 지난 60년 동안 정부로부터 그에 대한 치유나 사과 등의 과정이 없었던 데 대한 자괴감, 이런 것들이 분노할 마음마저 짓눌러 버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해군기지와 관련해 적극 나서서 항의하고 시위하던 주민들이 대부분 연행·고발되어 벌금형을 받고, 한번 더 나타나면 수백만원씩 물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라는 진단도 덧붙였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주민들과의 소통 없이 추진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갖게 될 좌절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강정마을만이 아니라 많은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환멸을 느낄 겁니다. 4·3 때 느꼈던 비애라고 할까, 철저히 짓밟힌다는 그런 생각, 1%밖에 안 되는 섬지역 주민들은 짓밟혀도 당연한 것이라는, 4·3 때 느꼈던 이런 느낌을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 느낄 것입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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