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이 새봄을 맞아 오이와 양배추 등을 파종하느라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다.
3년째 4대강공사 막아내
올해도 오이·양배추 파종
딸기 따러 아이들 찾아와
올해도 오이·양배추 파종
딸기 따러 아이들 찾아와
“3년 전에도 가을에 딸기를 심으면 수확할 수 있을까 애태우곤 했는데, 숱한 우여곡절 끝에 또 새봄을 맞았네요.”
22일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의 유기농장에 딸기밭 체험을 나온 유치원 아이들을 바라보며 유영훈(58) ‘농지 보존 및 상수원 보호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위원장은 착잡해했다. 이곳이 ‘4대강 사업의 마지막 저항지’라는 걸 알리는 듯 두물머리 올레길 주변엔 “농업 사수”라고 쓴 빛바랜 검은 깃발들이 펄럭였다.
4대강 사업을 벌이겠다며 30년 넘은 두물머리 유기농단지를 파헤치려는 이명박 정부에 항의해 2009년 4월부터 버텨온 팔당 유기농민들과 생활협동조합 조합원, 천주교 사제·신도,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은 긴장이 여전한 두물머리 벌판에서 세 번째 봄을 맞았다.
1560㎡ 비닐집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최요왕(47)씨는 이날 오이와 양배추를 파종했다. 최씨는 지난 3년 동안 유기농지를 지키려 ‘삼보일배’, 도보 행진, 집회, 탄원·소송 등에 나서느라 제대로 농사를 못 지었던 것을 돌이키며 답답해했다. 남양주 송촌리와 양평 두물머리의 60여 유기농가 가운데 정부의 등쌀에 많은 이들이 떠나고, 최씨 등 두물머리 4가구 농민들만 남아 언제 쫓겨날지 모를 땅에서 일손을 바삐 놀리고 있었다.
두물머리 한가운데 임시 컨테이너 막사에선 대구에서 온 정마르코 신부가 ‘4대강 조사와 두물머리 보존을 위한 단식기도’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단식기도를 하고 있었다. 지난달 20일부터 천주교 양평 프란치스코수도회 원장인 윤종일 신부가 14일간 단식한 것을 시작으로 프란치스코회 신부들이 한 달 넘게 단식을 잇고 있다. 윤 신부는 “이명박 정권의 최대 실정인 4대강 사업이 4·11 총선에서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하지만 단식기도는 사람(정치세력)이 아니라 하느님과 역사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부들은 다음달 9일까지 50일 단식을 이어갈 참이다.
이날도 오후 3시께 임시로 지은 비닐집 성당에서는 어김없이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수도권 4개 교구의 ‘4대강 반대 천주교연대’ 사제들과 신도들이 765일째 날마다 ‘강을 살려달라’며 기도중이다.
33일 동안 단식하며 유기농지 보존 싸움에 앞장서온 유영훈 팔당공대위 위원장은 4·11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2번으로 선출됐다. 그가 국회에 서려면 녹색당은 100만표(3.7%)를 얻어야 한다.
유 위원장은 “3년 동안 숱한 방법으로 저항해왔는데 이제 제도정치권에서 대응하자는 게 공대위 판단이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는 녹색당 쪽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이명박 개인의 맹신에 가까운 고집으로 밀어붙인 사업이므로, 원내에 진출하면 이 대통령을 꼭 청문회에 세우겠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4대강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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