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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실 앞 셰퍼드 묶어놓고 불 붙은 번개탄 던져

등록 2012-04-30 19:57수정 2012-04-30 21:57

중국선원들 폭력에 어업단속 공무원 4명 부상
해경 출동해서야 나포…지난해 대책은 헛약속
30일 새벽 1시20분께 전남 신안군 홍도 북쪽 50㎞ 우리쪽 배타적 경제수역(EEZ) 해상에서 허가를 받고 조업하던 중국 어선 100여척 가운데 1척이 서쪽으로 빠졌다.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의 어업지도선 무궁화2호(1000t급)가 이 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중국 어선들이 어획허가량(쿼터) 단속을 피해 은밀하게 잡은 고기를 빼돌리는 어획물 운반선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45분쯤 뒤 7m 길이 고속단정을 바다에 띄웠다. 고속단정엔 어업 단속 공무원 6명이 탔다. 고속단정은 정지명령을 내렸지만 중국 어선 ‘절옥어운581호’(227t급)는 그대로 도주했다. 이 배엔 9명이 타고 있었다.

김정수(44)씨 등 공무원 5명은 새벽 2시15분께 가스총과 호신봉 등을 지닌 채 중국 어선에 승선했다. 창고와 갑판에는 어획물이 가득 실려 있었다. 김씨 등은 조타실 진입을 시도했다. 조타실 왼쪽 문은 잠겨 있었고, 오른쪽 문에는 셰퍼드 개 한 마리가 있었다. 10분쯤 실랑이를 벌이다가 조타실 유리창문을 부수고 진입했다. 중국 선원들은 불이 붙은 번개탄과 큰 돌멩이를 던지며 저항했다.

조타실 진입을 시도했던 김씨는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손도끼에 머리 등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 갑판에 있던 중국 선원 2명은 단속 공무원 화정우(32)씨에게 낫과 도끼 등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화씨는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낫을 손으로 막고 또다른 선원의 흉기를 피하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공무원 4명은 승선 10여분 뒤 고속단정으로 뛰어내려 탈출했다. 화씨는 바다에서 방수용 랜턴 하나에 의지하며 20여분 동안 차가운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다. 어업관리단은 새벽 2시30분께 화씨 등 부상자 4명 가운데 중상을 입은 2명을 헬기로 목포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새벽 2시30분에 무선통신망을 통해 긴급요청을 듣고 해경 3009함이 출동해 새벽 4시50분께 홍도 북서쪽 76㎞ 해상에서 중국 운반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목포해경은 이날 단속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선장 왕조군(38) 등 중국 선원 9명을 긴급 체포했다.

흉기 휘두른 중국선원들 체포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 기동대원들이 30일 새벽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76㎞ 해상에서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단속요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중국 어획물 운반선에 올라, 중국 선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흉기 휘두른 중국선원들 체포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 기동대원들이 30일 새벽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76㎞ 해상에서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단속요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중국 어획물 운반선에 올라, 중국 선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중국 어획물 운반선은 어획물을 빼돌리는 현장이 적발되자 극렬하게 저항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지난 1월3일 무허가 30t급 중국 어획물 운반선이 고기를 몰래 싣고 가던 것을 처음으로 적발해 7000만원의 담보금(벌금)을 물린 뒤, 지금까지 불법 어획물 운반선 4척을 단속한 바 있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흑산도 인근에서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00여척을 단속할 때마다 어창이 텅텅 비어 있어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날로 지능화하는데도, 어업지도선의 열악한 실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천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경 이청호(42) 경사가 희생된 뒤 1000t급 이상 어업지도선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헛약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1000t급 이상의 어업지도선을 현행 2척에서 4척을 더 늘리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낡은 소형 지도선 4척의 톤수를 늘리는 수준에 그칠 것 같다”며 “인력 충원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목포/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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