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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카이스트 대학원생들 ‘인권침해 꼼짝마’

등록 2012-05-13 18:38

국내 첫 대학원생 인권센터 설립 활동 들어가
성폭력·인건비 횡령 등 부당행위에 적극 대응
대전 카이스트(KAIST)의 대학원생들이 교내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권센터’를 열었다. 학부와 달리 대학원에는 총학생회조차 없는 곳이 많은 현실에서, 대학원생들이 스스로 인권센터를 만든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는 최근 사업비 800만원을 들여 인권센터를 운영하기로 하고 학내 홍보에 들어갔다. 교수가 연구비의 부적절한 집행에 대학생들을 가담시키거나 논문 저자를 허위로 기재하도록 하고, 연구 인건비를 횡령당하고 심지어 성희롱·성추행을 겪어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인권센터장은 2010년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지낸 진상원(수리과학과)씨가 맡았다.

13일 해마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가 벌이는 ‘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교내 학생인권 침해가 상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조사에서는 카이스트 한 학과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부 수업 준비가 제대로 안 됐다며 조교(대학원생)를 학부생들이 보는 앞에서 10분간 무릎 꿇려 심한 모욕을 준 사례도 언급돼 있다. 대학원생들은 연구환경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문제(복수 응답)로 납입금이나 복지시설(47%)보다 연구비 수당 현실화(63%)와 열악한 인권 상황(55%)을 더 많이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교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도 2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교수나 연구실 선배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대부분 혼자 고민하거나 가까운 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게 전부였다. 연구실 안에서 폭력(22명)이나 따돌림(64명)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카이스트 대학원생 6000여명 가운데 1000명가량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인 만큼,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권센터는 인권침해 구제뿐 아니라 문제 발생 때의 행동요령 홍보, 인권 전문가 초청강연 등도 할 참이다. 대학원 총학생회장 박찬(28·물리학과)씨는 “부당행위를 겪어도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는 대학원생들이 적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인권침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인권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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