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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마당] 서남표 총장님, 마지막 기회입니다 / 김도한

등록 2012-05-22 22:17

김도한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장
김도한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장
2006년 카이스트(KAIST)에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이후로 6년이 흘렀다. 학교의 정말 많은 부분이 변했다. 학생들의 삶, 교수들의 삶, 구성원들의 삶 모든 것이 변했다. 그 변화에서 좋아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고민과 준비가 부족한 급격한 변화는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카이스트 구성원들이 변화에서 생기는 부작용과 상처들을 말할 때 서남표 총장은 듣지 않았다. 그에게는 기회가 많았고, 한번쯤은 그 목소리들을 주의 깊게 듣고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들은 ‘패배자의 불만’으로 치부되었고 그가 듣는 목소리는 ‘총장님 힘내시라’는 이야기뿐이었다.

상처가 점점 커져가자 ‘우리는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고 자조적으로 얘기하던 학생들마저 직접 나섰다. 지난해 4000여명의 학부생들 중에서 비상총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1000명이 넘는다. 그 자리에서 학생들은 ‘총장님께서 학생들 목소리를 더 들으시라’고 결정했지만 ‘총장님의 개혁은 실패했다’는 안은 부결시켰다. 몇년간 불통에 시달렸던 학생들이 그래도 총장을 믿고 또다시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서 총장은 그 믿음마저 완전히 저버렸다. 비상학생총회 결과는 ‘혁신비상위원회에서 얘기하라’며 떠넘기고, 혁신비상위원회 결과는 ‘모르고 서명했다’며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얘기하는 서 총장의 태도를 보면서 학생들은 속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학생들에게서 ‘어떻게 해야 서 총장과 소통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카이스트의 미래를 위해 서 총장 이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이스트 학생들도 학교의 미래에, 학생들의 미래에 어떤 것이 나은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학교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학생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내는 비난의 목소리는 학생들 스스로에게서도 지지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정책별로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 총장이 만들어낸 정책에 찬성하고 반대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찬반의 근거를 얘기하고 토론하는 소통이었고,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수용이었다. 그리고 이제 학생들은 그 소통과 수용은 서 총장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어제까지 학부 총학생회는 서 총장의 거취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학생들이 서남표 총장에게 줄 수 있는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것이다.

김도한/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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