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 6학급·고 9학급 이상’ 개정안
호남·강원·충청 교육감 등 반발
호남·강원·충청 교육감 등 반발
정부가 학교의 최소 규모를 초·중학교는 6학급, 고등학교는 9학급으로 못박으려 하자, 전국 곳곳에서 농산어촌 학교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7일 농산어촌과 옛 도심지 소규모 학교의 최소 적정 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를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학급 수를 초·중학교 6학급 이상, 고등학교 9학급 이상이어야 하고,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소규모 학교가 많은 호남·강원·충청 등지에서 무더기 통폐합과 교육자치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개정안대로 집행하면 작은 학교들이 강제 통폐합돼 농산어촌과 옛 도심지의 교육은 파탄나게 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교과부의 새 기준대로면 강원지역 초·중·고 682곳 가운데 378곳(55.4%)이 통폐합 대상이 된다. 전남지역은 924곳 중 531곳(57.5%), 전북지역은 759곳 중 353곳(46.5%)으로 집계됐다. 여태껏 교과부의 학교 통폐합 기준은 도시지역은 학생 수 200명 이하, 농산어촌 지역은 60명 이하였지만, 전남도는 50명 이하로 축소하는 등 지역마다 기준을 바꿔 적용해왔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도농간 교육환경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작은 학교의 자연 통폐합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전북·충남·강원지부도 성명을 내어 “교과부 방침은 ‘잘나가는 학교로 알아서 옮기고, 경쟁력이 없는 학교는 알아서 소멸하라’는 것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급당 학생 수를 몇 명 이상으로 규정하려는 것에도 비판이 나왔다. 민 교육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기준은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이하인데도 교과부는 20명 이상으로 정해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며 “이는 교과부가 나서서 교육환경의 악화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개정안에서 이런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의 학생이 인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동 통학구역’을 설정했다. 전교조 지부들은 “학생 배치와 통학구역은 교육감의 사무인데도, 개정안이 이를 과도하게 제한해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과부는 오는 30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개정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소 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를 바꾸려는 시행령 개정은 다음달 14일 울산에서 열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광주 춘천 대전 전주
안관옥 박수혁 전진식 박임근 기자 okah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오바마, 5살 흑인 아이에게 90도 인사 왜?
■ 표정이 너무 에로틱해서…심의 기준 ‘아리송’
■ 최시중 구속집행정지 신청 이유는?
■ ‘내려지는 붉은 십자가’…시민의 기도 들으셨나
■ [화보] 일본 니콘이 취소한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
■ 오바마, 5살 흑인 아이에게 90도 인사 왜?
■ 표정이 너무 에로틱해서…심의 기준 ‘아리송’
■ 최시중 구속집행정지 신청 이유는?
■ ‘내려지는 붉은 십자가’…시민의 기도 들으셨나
■ [화보] 일본 니콘이 취소한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