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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군 출신 의사 ‘5월의 상처’ 치유한다

등록 2012-07-02 19:10수정 2012-07-04 14:07

5·18트라우마센터장으로 내정된 의사 강용주씨가 2일 오후 원장으로 있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아나파의원에서 “저의 국가폭력 피해 경험을 승화시켜 5·18 광주 민주화항쟁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의 치유에 나서겠다”며 밝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5·18트라우마센터장으로 내정된 의사 강용주씨가 2일 오후 원장으로 있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아나파의원에서 “저의 국가폭력 피해 경험을 승화시켜 5·18 광주 민주화항쟁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의 치유에 나서겠다”며 밝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용주씨 광주트라우마센터장 내정
고3때 참여해 도청 진압 전 탈출
‘산 자의 부채감’에 민주화운동
구미유학생 사건 연루 고문당해
“국가폭력 피해자의 한사람으로
5·18로 고통받는 사람 돕고싶어”
그는 지금도 ‘남산’에 가면 숨이 콱 막힌다. 맥박이 빨라지고 불안해진다. 서울 남산은 과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대공조사국 건물(현 서울시청 남산별관)이 있던 곳이다. 많은 이들이 끌려가 끔찍한 고문 피해를 당했다. 1995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서초구 내곡동으로 청사를 옮기기까지 ‘남산’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보기관의 별칭이었다.

수감 14년 만인 1999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출소했던 강용주(50·서울 아나파의원 원장)씨에게 남산은 여전히 위압적인 장소다. 강 원장은 2일 “몇 달 전 고 김근태 선생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남산 별관에 동행했다가 내가 고문당한 장소를 알려주는 순간 불안감이 밀려와 그 자리에 서서 그냥 울었다”고 말했다.

국가폭력 피해자인 강 원장이 이르면 이달 말 문을 열 ‘광주트라우마센터’ 센터장(비상근)으로 내정됐다.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등 국가폭력, 사고와 범죄 피해 같은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뜻한다. 국내 첫 공립인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정부와 광주시가 67억5000만원씩 출연해 설립한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가, 내년 상무지구 5·18 교육관 옆에 건물을 지어 입주할 방침이다. 강 원장은 정신보건 분야 간호사나 심리상담 분야 전문가 등 10여명과 함께 5·18 피해자와 가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료한다. 고문 피해자이면서 고문 피해자들의 치유 프로그램을 해온 터라 적격자로 꼽힌다.

그는 전남대 의대생이던 1985년 안기부가 발표한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 남산 안기부 별관으로 끌려가 60일 동안 고문을 당한 끝에 거짓 자백을 하고 말았고, 한 장짜리 전향서 쓰기를 거부해 14년 갇혀 있었다.

“5·18 광주학살이나 고문 같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분노하고,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고, 우울증에 빠집니다. 성격 문제가 아닌데도 개인 책임인 것처럼 돼왔어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은 상처받았던 순간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방황하고 배회한다고 했다. 2009년 통계를 보면, 5·18 부상 후유증 사망자 380여명 가운데 자살자가 41명(10.8%)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 0.02%보다 300배나 높다.

그는 광주 망월동 5·18 묘지에 가면 지금도 평상심을 잃는다. 고교 3학년 때 5·18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가 진압 전날 옛 전남도청을 빠져나왔던 것이 상처로 남았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때문에 더 치열하게 독재에 맞서 싸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고문으로 ‘쓰레기통에 처박힌 내 영혼’을 보고 상처받기도 했지만, 내면의 상처를 대면하면서 스스로 치유했습니다.”

 1999년 복학해 2004년 졸업한 강 원장은 가정의학 전문의가 된 2008년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와 함께 재단법인 ‘진실의 힘’을 꾸려 지금까지 고문피해자 치유모임 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강씨는 “5·18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국가폭력이라는 걸 알게 하고 치유의 길을 돕고 싶다”며 “5·18이 다른 나라 민주주의의 본보기가 됐듯이 광주가 아시아 트라우마 치유의 허브 구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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