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덜커덕 공약들’ 백지화

민선5기 지방자치 2년 점검
제주 트램·성남 고속도 지하화 등
실현성 검토 않고 내걸었다 포기
강원서도 골프장 문제 해결 0건

임기 절반을 막 넘긴 민선 5기 지방자치에서도 “선거 공약은 말로만 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일부 지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의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일부 구간 지하화’, 우근민 제주지사의 ‘트램(노면전차) 도입’ 등이 말뿐인 공약이 됐다. 임기 1년 남짓 된 최문순 강원지사의 ‘골프장 문제 해결’ 공약도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일부 구간 지하화’ 공약을 올해 1월 포기했다. 3000억원대 사업비와 교통대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공약은 이매동 주민들이 2005년 “소음·분진 피해가 심해질 것”이라며 판교 새도시 건설에 반발하자 시가 매송~벌말(1.9㎞) 구간을 지하차도로 바꾸기로 했고, 이후 선거 때마다 거의 모든 후보들이 이를 공약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2010년 7월1일 취임사에서 “제주시 구도심 거주지역과 상권을 활성화할 근본적 해결책은 인구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혁신적 대중교통체계인 트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1㎞에 사업비가 210억원으로 최단거리(7.29㎞)에 건설한다 해도 최소 1524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도의회와 시민단체들은 1조원대 빚을 지고 있는 제주도의 재정 악화를 들어 트램 도입을 반대했다. 우 지사는 지난 2일 “트램 사업은 더는 논의하지 않겠다”며 포기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해 4·27 보선에서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 해결을 공약했지만 취임 이후 1건도 풀지 못해 발목이 잡혔다. 최 지사는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다른 시·도가 따라할 만한 골프장 해법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역 시민단체들은 요즘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정환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강원도가 대안사업 운운하며 골프장 업체와 기형적이고 무원칙한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선거 공약에는 재정 확보 대책을 따져야 한다”며 “문제 있는 공약은 차라리 일찍 포기하는 게 낫지만, 그 책임은 유권자들이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말뿐인 공약을 내거는 것은 유권자와의 계약을 위반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송인걸 기자, 전국종합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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