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감염…한봉 2년새 1/47로
보상대상 안돼 하소연도 못해
보상대상 안돼 하소연도 못해
“한봉 농가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고 봐야 해요.”
전남 구례군에서 8년째 한봉을 하고 있는 이성희(55·한봉협회 전남지부장)씨는 10일 한봉농가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 부저병의 피해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봉 농가가 전국에 4만5천가구인데 전남에 8천가구가 있었다”며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기반이 흔들려 전남에 800군(1군 벌통 4~7개, 꿀벌 2만~3만마리) 정도 남아 있는데 부저병에 70%가 감염돼 앞날이 암담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어 “소나 돼지라면 전국이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벌농사는 농작물의 수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대로 두면 2차 피해가 수조원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남 한봉 농가에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이 번진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부저병이 퍼지면서 한봉의 기반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다.
전남도는 “2010년 9만1000군에 이르던 한봉이 2년 새 1916군으로 줄어 231억원의 피해가 났다”며 “지난 4월 조사해보니 이 중 135군이 미국 부저병에 감염돼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도는 이렇게 피해가 확산되자 16일부터 여수·고흥·보성·장흥 등지 10개 시·군에서 감염실태 조사와 항생제 내성검사 등을 추진한다.
앞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도 지난달 26일 토종벌 미국 부저병 발생주의보를 내렸다. 전국적으로 272군이 부저병에 감염됐고, 이 중 절반이 전남 강진·곡성·순천에서 발생하자 비상조처를 발령한 것이다.
도 축산정책과 동물방역계 장용연씨는 “낭충봉아부패병 탓에 저항력이 급감한 상황에서 2차적으로 세균에 의한 부저병이 발생한 듯하다”며 “발생한 농가에는 벌통 소각과 이동제한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벌의 애벌레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집단폐사하는 2종 가축전염병이고, 부저병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들어온 세균 박테리아로 애벌레나 번데기가 피해를 보는 3종 가축전염병이다. 부저병은 벌농장의 도구나 시설에 잔재가 묻어 30년까지 피해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봉 농가들은 “전염병으로 벌들이 속절없이 죽어도 보상 대상이 되지 않아 마땅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며 “농업재해대책법을 개정해 한봉 피해를 보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지부장인 이씨는 “피해실태 조사와 감염경로 추적을 먼저 해야 한다”며 “그런 뒤에 방역약품 지원과 피해농가 보상 등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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