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멍 : <걸으며>
걸어서 제주 한 바퀴!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을 몰고온 ‘제주올레’가 첫 테이프를 끊은 지 5년 만에 완성된다. ㈔제주올레는 17일 제주올레 20코스가 끝나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녀박물관부터 1코스 시작점인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까지 마지막 코스인 제21코스(18㎞)를 9월15일 개장한다고 밝혔다. 2007년 9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말미오름~종달리 소금밭~광치기해변의 제1코스(15.6㎞)를 개설한 지 5년 만이다. 마지막 코스는 ‘오름의 왕국’인 제주 동부지역의 높은오름, 다랑쉬오름 같은 빼어난 오름 군락을 지난다.
제주올레는 자연경관이 빼어나거나 제주 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스며든 곳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이나 땅 주인들을 설득하면서 길을 만들어 갔다. 섬으로도 길을 내 우도·가파도·추자도까지 도보여행자의 발길이 닿게 했다. 이렇게 만든 제주올레는 21개 코스와 보조 5개 코스를 합쳐 모두 26개 코스 430여㎞에 이른다. 서울~부산 경부고속도로(417㎞)보다 길다.
언론인 출신 서명숙(55) 제주올레 이사장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머리에 떠올린 제주올레는 이제 걷는 길의 대명사가 됐다. 서 이사장은 “여기까지 온 게 스스로 기특하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올레꾼들, 길을 내준 마을 주민들의 3박자 협조가 없이 열정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걸어서 여행하는 길을 내는 비영리단체인 ㈔제주올레는 정규 코스 완성을 기념해 새달 24일부터 1~20코스를 매일 한 코스씩 릴레이로 걷는 행사를 열어 참가자에게 올레코스 완보증을 준다.
제주올레는 여행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지리산 둘레길과 강화도 올레길, 대구 올레길, 울산 둘레길, 정선아리랑 옛길, 서울성곽길 등 비슷한 성격의 도보여행길이 곳곳에 생겨났다. 지난 2월에는 일본 규슈지역에도 ‘올레’가 만들어졌다. 규슈는 ‘올레’라는 이름 사용과 코스 개발 등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제주올레에 100만엔을 건넸다. 지난해에는 영국·스위스·캐나다에도 ‘우정의 길’이나 ‘제주올레’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올레길은 혁명적이라 할 만큼 제주여행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1970년대 이후 제주도관광은 단체여행객이나 신혼부부들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단체쇼핑을 하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올레 이후 제주관광의 틀 자체가 바뀌었다. 관광지 중심이 아니라 생태녹색여행의 새로운 갈래를 개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주씩 머무르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힐링여행’을 하러 올레길을 걷는 여행자들을 두고 ‘올레 폐인’, ‘올레 마니아’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올레코스 주변에는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이 생겨나고 있다.
17일 오후 제주올레 17코스(광령~산지천)에서 만난 김현용(30·경남 창원시)씨는 “예전에는 렌터카를 타고 돌아다녔지만, 제주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걷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부인 최문희(30)씨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정을 느낄 수 있어 제주가 가깝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세찬 빗속에서도 제주시 해안도로를 걷던 김정옥(56·대전)씨는 “걸어보니 단체관광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닐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태풍이 온다고 하지만 오히려 걷기에는 좋은 날씨”라고 말했다.
제주올레 열풍은 서명숙 이사장의 끈기와 집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서씨의 고향은 제주 서귀포다. 제주올레의 열풍 현상을 두고 그는 “언젠가는 지속적으로 여행자들이 늘어나리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놀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게 된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피로했기 때문”이라며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려는 여유를 가지려는 시대적 열망이 제주올레와 맞아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길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최대한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길이 사람에게 주는 치유의 능력을 체험을 통해 확신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서 이사장은 제주 사람들이 제주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것을 중시했다. “그동안 제주인들은 특정 공간만이 관광지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든 곳이 특별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중요합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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