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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달걀 팔아 번 돈 노동자들과 나누니 행복”

등록 2012-07-18 19:43

김광복(46)씨
김광복(46)씨
‘비정규직 해고’ 아픔 딛고 노동현장 돕는 김광복씨
하이닉스서 노조하다 쫓겨나
트럭으로 전국돌며 5년째 장사
틈틈이 시민단체 활동도 열성
“달걀이 바위 같은 자본을 이길 수 없는 듯해도, 세월이 흘러 바위가 모래로 부서지면 달걀은 생명이 돼 모래를 밟고 지나갑니다. 그래서 난 달걀 장사가 좋아요. 생명을 나누니까요.”

충북 청주시 운천동에 살며 전국을 누비는 달걀 장사, 김광복(46·사진)씨의 ‘달걀 예찬론’이다. 경력 5년차인 그는 노동자를 돕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지난 9일에도 그는 청원군 부용산업단지의 파업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에게 성금을 건넸다. 지난달엔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천막을 찾았으며, 지난해 말에는 간병인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인 병원을 찾아 성금과 위문품을 전했다. 파업 현장·집회·행사장 노동자들이 모인 곳에는 어김없이 그가 나타난다. “노동자들을 보면 그냥 돌아설 수가 없어요. 거리에서 싸울 때 도움받았으니 지금은 돕는 게 당연하지요.”

둥글둥글 까무잡잡한 얼굴이 구운 달걀을 닮아가는 그는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다. 공고 졸업 뒤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1994년 8월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 하청업체인 ㅇ기업에 입사했다. “그야말로 신났죠.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으니 인생의 최고였던 때죠.”

그러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입사 10년째였던 2004년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그의 월급은 첫 월급 때 그대로였다. 함께 입사한 정규직들의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그해 10월 말 그와 사내하청 노동자 120여명이 노동조합을 꾸려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 회사는 직장을 폐쇄하고 줄줄이 해고했다.

해고자들은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싸움을 벌였다. 그도 1년 6개월남짓 노조 대외협력부장을 맡아 회사 쪽과 협상을 했으나 노조쪽 불신임을 받아 천막에서 나와야 했다. 2년5개월만인 2007년 5월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노조에서도 외면받은 그는 돌아갈 곳도, 손에 쥔 것도 없었다. “사방이 암흑이었죠. 사람도, 세상도 정말 싫었죠. 하지만 살아야 했습니다.”

건설 현장을 전전하다 친구의 주선으로 달걀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년 ‘기름밥’에 2년남짓 ‘거리 생활’로 굳어진 얼굴을 한 그의 달걀은 팔리지 않았다.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을 하고, 부드러운 말씨로 바꿨더니 한판, 두판 나가더군요.” 이제는 정기적으로 납품하는 곳도 더러 있고, 단골도 생겼다. 그는 요즘 틈틈이 시민단체 활동가로도 뛴다. 충북참여연대 집행부위원장을 맡았고, 충북경실련·청주노동인권센터 등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배부르지는 않지만 배를 곯지도 않으니 행복합니다. 형편이 나아지면 노동자들을 위한 장학회를 만들고 싶어요.”

청주/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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