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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어릴적 먹던 어머니 ‘갓끈동부’ 찌개맛 못잊어”

등록 2012-07-26 20:00수정 2012-07-26 21:01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길마을의 농민 조동영(68)씨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길마을의 농민 조동영(68)씨
멸종위기 토종콩 재배 성공한 순천 농민 조동영씨
20대부터 수소문 97년 종자 구해
알갱이 대신 꼬투리 수확해 성공
수익 짭짤해 국민식품 보급 나서
“갓끈동부는 가지나 오이처럼 다 익기 전에 연한 꼬투리를 먹습니다.”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길마을의 농민 조동영(68·사진)씨는 지난 주말 지주대 아래 주렁주렁 매달린 갓끈동부를 가리키며 특성을 낱낱이 알려줬다.

‘갓끈동부’는 6~8월에 보통 콩보다 3배가량 긴 길이 40~60㎝의 자줏빛 꼬투리가 열리는 덩굴식물이다. 조씨는 사라져가는 갓끈동부를 되살리기 위해 1998년부터 시험포를 마련하고 중국 약학서 <본초강목>을 찾아보는 등 정성을 들여왔다. 올해는 660㎡(200평) 남짓한 시험포의 작황이 좋은 편이어서 그의 표정도 밝았다.

조씨는 여름 두 달 동안 갓끈동부를 순천 파머스마켓에 내놓는다. 이른 새벽에 수확한 뒤 500g 다발로 묶어 직접 내다 판다. 이곳에는 그가 갓끈동부를 세상에 알리는 공간도 따로 설치돼 있다. 손님들이 기이한 모양을 보고 관심을 보이면 “토종 종자인데 ‘콩 중의 콩’이고 최고의 건강(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설명해준다. 하루 40~60다발은 너끈히 팔 정도로 인기다.

“익기 전에 꼬투리를 따내면 60일쯤 계속 수확이 가능해요. 3.3㎡에 한해 2만원 이상 버니까 2천~3천원이 고작인 벼 농사를 짓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그가 갓끈동부에 ‘꽂힌’ 것은 일찌기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어머니가 갓끈동부를 숭숭 썰어넣어 끓여주던 실갈치찌개 맛을 그는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 20대부터 원예업에 종사하면서 씨앗을 찾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97년 지인을 통해 전남 곡성군 죽곡면 산골마을에서 씨앗 300알을 어렵사리 구해 재배를 시도했다.

“콩은 알맹이를 먹는 곡식이라는 인식이 너무나 강해요. 알맹이가 왜소한 갓끈동부가 시장성이 없어 사라진 것은 어쩌면 당연했지요.”

그래서 조씨는 갓끈동부의 다양한 쓰임새를 연구했다. 갓끈동부는 단백질·미네랄·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은 편이다. <본초강목>에는 신장과 위장을 보호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갈증을 없애준다고 기록돼 있다. 그는 콩 알맹이가 아니라 싱싱한 꼬투리를 생으로 먹어 영양을 얻거나, 찌개·전골·무침·조림 등에 넣어 담백한 맛을 낼 수 있는 사실을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부쳤다. 꼬투리로 녹즙을 짜내거나 가루로 빻아 환으로 만드는 방법도 개발했다.

“강원도와 전북 등지 농업기관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한 그는 “아파트 화단이나 주택가 텃밭에서 누구나 관상용으로 가꾸고, 먹을 거리도 얻는 국민식품으로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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