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다투다 스스로 목숨 끊어
연천 부대서 총기 빼내 전남 장성 이동
300㎞ 넘는 거리에도 한번도 제지 안받아
연천 부대서 총기 빼내 전남 장성 이동
300㎞ 넘는 거리에도 한번도 제지 안받아
현역 육군 장교가 무장 탈영을 한 뒤 총기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군당국의 허술한 총기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9일 오전 3시9분께 전남 장성군 삼계면 군인아파트에서 육군 ○○부대 소속 정아무개(32) 대위가 여자친구인 ㄱ(28) 대위를 만나 말다툼을 벌이다 갖고 있던 소총을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 대위는 이날 경기 연천에 있는 소속 부대에서 케이(K)-2 소총 1정과 실탄 30발을 갖고 승용차로 ㄱ 대위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갔다. ㄱ 대위는 교육을 받기 위해 전남 장성으로 이동하기 직전 정 대위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쪽은 “소속 부대 헌병대에서 총기가 반출된 정황과 사고가 발생한 원인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현역 장교의 무장 탈영과 총기 자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국방부는 ‘총기 관리를 강화하라’고 각급 부대에 지시했다. 모든 군 부대에서 총기의 외부 반출은 엄격히 통제된다. 일상적인 근무나 훈련을 마치면 2~3중 잠금장치를 해 부대 안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정 대위는 경기 연천에서 총기와 탄약을 챙겨 차량으로 300㎞가 넘는 전남 장성까지 이동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군 당국의 허술한 병력·총기·탄약 관리의 실상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지난에는 해병대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진 바 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