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규정 때문 낙과 한달 방치
한번 보상 받으면 가입도 제한
태풍피해 늘면서 채소값 폭등
한번 보상 받으면 가입도 제한
태풍피해 늘면서 채소값 폭등
전남 나주에서 15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김만기(42·금천면 신가리)씨는 29일 태풍 ‘볼라벤’이 강타해 땅바닥에 나뒹구는 낙과들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수확을 10여일 앞두고 한창 속살을 찌우던 배들이 60% 이상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과일이 떨어지지 않게 방제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보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그는 지난해 8월 태풍 곤파스에 떨어진 낙과를 한달가량 그대로 두어야 했다. 농협에서 보상의 근거가 될 피해 현장의 보존을 강력하게 요구해 썩어가는 배들을 속절없이 바라봐야 했다. 김씨는 “공무원이나 농협 직원 등 공신력 있는 인사들이 사진을 찍고 피해 정도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 ‘볼라벤’으로 낙과 피해를 본 농민들이 재해보상을 위한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할증제 등 재해보험의 규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전남 장성에서 배 농사를 짓는 농민 신준수(53·삼계면 상도리)씨는 한차례 재해보상을 받으면 가입상품을 제한하고, 보험료를 10% 할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해 보상을 받은 뒤 5년 동안 자기부담 15% 상품에 가입할 자격을 제한받는 바람에 이번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기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배와 사과 등 추석 제수용품이 태풍 볼라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당분간 농산물 고물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전남과 경기 등지에서 배가 떨어지는 낙과 피해를 당한 과수농가 면적이 5838㏊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국의 배 재배면적 1만6000㏊의 36.5%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규모이다.
볼라벤으로 인한 전국의 비닐하우스 파손은 1686동에 그쳤지만, 대풍 덴빈의 북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채소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집계를 보면, 27일 4만5400원이었던 적상추(4㎏ 기준)는 29일 도매시장에서 7만800원으로 폭등세를 나타냈다. 깻잎은 27일 1만9600원에서 29일 2만7600원으로, 오이는 4만3400원에서 6만1000원으로 치솟았다.
이틀 사이 도맷값이 각각 40.8%와 40.5% 폭등했다. 이밖에 대파(25.2%), 무(21.1%), 토마토(13.0%), 시금치(10.8%), 배추(8.3%) 등도 도맷값이 큰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광주/안관옥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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