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중학교 때의 일로 장래가 없다는 의미의 글을 남기고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8일 밤 10시22분께 충남 공주시 신관동 한 아파트 23층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ㅂ아무개(17·고1)군이 뛰어내려 숨졌다. ㅂ군은 투신 직전 친구들에게 ‘나의 흑역사(중2때)가 알려져서 장래가 없다.’, ‘글쎄 말하기 싫은데. 이번주 일요일날 일어난 일 소문이 학교에 알려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 ‘원망하지마. 미워하지마. 집에 다 와 간다.’ 등 문자를 보냈다.
‘흑역사’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청소년들 사이에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혹은 없던 일로 된 과거일’을 의미하는 은어로 쓰인다.
사건을 수사중인 공주경찰서는 ㅂ군이 투신한 18일 학교에서 야간자습을 하고 밤 9시30분께 집으로 가면서 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고, 문자를 받은 학생과 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ㅂ군의 최근 행적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ㅂ군이 최근 친구들에게 ‘죽음’에 대해 물어본 것 외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날도 집에 들렀다 나와 투신했다”며 “여동생에게 ‘오빠 여행간다. 사촌들과 잘지내라’고 문자를 보낸 점으로 미뤄 오랫동안 자살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 승강기 폐쇄회로 텔레비전에는 ㅂ군이 18일 밤 10시20분께 아파트 3층에서 승강기에 탄 뒤 승강기안의 주민에게 인사하고 꼭대기층인 23층에서 내리는 모습이 녹화돼 있다.
경찰은 ㅂ군이 남긴 글귀 가운데 ‘3년을 견뎠으면 잘 버틴 것’ 이라는 글이 있고, 흑역사로 지칭한 시점이 중학교 2학년 때라는 점으로 미뤄 ㅂ군이 당시 발생한 어떤 사건에 연루돼 이를 고민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재룡 공주경찰서 수사과장은 “ㅂ군이 올해 수도권 대학에 봉사왕으로 입학해 물의를 빚은 대전 지적장애여학생 집단 성폭행 연루 학생 관련 보도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는 제보도 있다”며 “ㅂ군의 중학교 2학년 행적을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주/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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