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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파주 장애가족에 온정

등록 2012-10-31 20:20수정 2012-10-31 22:43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난 29일 아파트 화재로 중태에 빠진 박지우양과 장애를 지닌 남동생의 부모가 사흘째 의식을 찾지 못하는 딸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난 29일 아파트 화재로 중태에 빠진 박지우양과 장애를 지닌 남동생의 부모가 사흘째 의식을 찾지 못하는 딸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장애동생 구하려다 누나 의식불명

화재 사흘째에도 회복 못해
“국가 혜택에서 소외된 상태로
가족이 모두 떠맡아 생긴 비극”
시·LH, 전세금 등 잇단 도움
뇌병변 1급 장애를 지닌 남동생(11) 곁엔 두살 위 누나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누나 박지우(13)양의 등에 업혀 지내왔다.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데다 대소변조차 홀로 해결하지 못하는 동생에게 누나는 삶을 기댈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3~4년 전부터는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긴 했지만 누나는 동생 곁을 비우지 않았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는 박양 가족에게, 동생의 돌봄은 누나 지우의 몫이었다. 지우는 ‘그런 동생을 자신이 돌봐야 할 존재’라는 걸 숙명처럼 받아들였는지 단 한 번도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다.

일반 중학교로 진학하라는 권유를 뿌리친 채 통학버스로 1시간 걸리는 특수학교에 동생 손을 잡고 오갔다. 남매만 남아 있던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14층 아파트에 화마가 닥친 것은 부모가 일터를 지키던 지난 29일 오후 6시5분께였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월 120시간 활동지원 서비스와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워낙 적은데다 일부 금액을 자부담해야 한다는 조건 등으로 지우네 가족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사흘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고양시 일산백병원 중환자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남매를 지켜본 박양의 부모는 연신 “미안하다”며 눈물을 삼켰다. 하루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들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

“지우네 가족의 비극은 모든 장애우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돼 나타난 것입니다.” 31일 오전 화재로 중태에 빠져 사흘째 의식을 되찾지 못한 남매가 입원한 일산백병원 중환자실을 찾은 장애자녀 부모들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사고를 안타까워했다.

14살짜리 지적장애 딸을 둔 송희정(42)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생활전선에 내몰린 부모를 대신해 두살 위인 13살 누나에게 모든 짐이 떠맡겨졌다”며 “24시간 동안 옆에서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인을 낳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모든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모인 이 단체 회원들은 “지우네 가족에게는 치료지원과 함께 돌봄, 방과후 여가생활, 부모와 가족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 멘토링 등 정서적 지원이 필요했지만 국가로부터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며 미흡하기만 한 장애인 제도의 한계를 박양 부모만큼이나 체감한다는 듯 말했다.

‘13살 누나가 장애 동생을 구하려다 함께 중태에 빠졌다’는 오누이의 사연(<한겨레> 10월31일치 12면)에 온정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연예계를 은퇴한 뒤 20년 남짓 파주에서 장애인과 다문화가정을 도와온 개그맨 출신 김정식(53)씨는 “기사를 읽고서 그냥 있기에는 너무나 죄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며 “치료비와 주거 문제, 치료 뒤 아이들의 교육 문제 등 다각도로 도울 방법을 찾겠다”는 약속과 함께 위로금을 박양 부모에게 건넸다. 파주시는 치료비와 생계비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매 처분으로 비워줘야 할 아파트를 대신해 가족이 거주할 집 전세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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