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7시13분께 울산항 동방파제 부근에서 바지선 석정호가 전복돼 24명이 바다에 빠진 가운데 해경이 선원 1명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울산해양경찰서 제공
석정호 전복 사고로 실종된 홍성대군
석달간 실습생으로 일하던 중 사고
‘탈출하라’ 알리고 실종돼 안타까움 더해
석달간 실습생으로 일하던 중 사고
‘탈출하라’ 알리고 실종돼 안타까움 더해
17일 오전 11시께 겨울 바닷바람이 차갑게 불어대는 울산 앞바다. 지난 14일 저녁 울산항 북방파제 부근 석정36호의 전복 사고로 실종된 홍성대(19·순천효산고3)군을 찾아 사고 현장 주변을 돌던 홍군의 부모들은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은 아들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러댔다.
“미안하다 성대야. 대답이라도 해보렴.”
아버지 홍경표(48)씨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홍씨는 “며칠 전 카톡으로 성탄절 이브에 만나자는 대화를 나눴다. 이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아들이 살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옆에 있던 홍군의 담임교사 최경호(53)씨도 “축구를 잘해 늘 센터 하프를 맡았다. 예의도 바르고 성실해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고 안타까워했다. 14일 저녁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울산으로 달려온 담임교사도 홍군의 행방을 찾느라 이미 입술이 여러 군데가 부르터 있었다.
홍군은 얼굴이 밝고 배려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지난 10월22일부터 석달 동안 접안시설을 시공하는 울산의 석정건설에서 실습생으로 일해왔다. 전자상거래학과 출신인 이들은 작업선에서 타설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을 해왔다. 학교에 추천 요청이 왔을 때 10명이 지원해 8명이 선발됐다. 그 중 3명이 사고 선박에 타고 있다 2명은 구조됐지만 이들한테 탈출하라고 알리러 갔던 홍군은 실종되고 말았다.
홍군은 지난 10월 말 열흘 동안 일한 대가로 첫 월급 65만원을 받자 이 중 15만원을 떼어 고1년인 남동생한테 용돈으로 줄 정도로 인정이 깊었다. 부모님한테 작은 선물을 사고 나머지는 운전과 컴퓨터를 배우겠다며 저축을 하는 등 컴퓨터 학도의 꿈을 키워갔다.
고향에서 4시간 거리의 울산으로 실습을 나간 홍군은 그동안 주로 어머니와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지냈다. 집에는 두 달 동안 두 차례 들를 정도로 정성스럽게 작업 현장을 배웠다.
홍군의 어머니는 “며칠 전 아들이 배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홍군의 아버지는 “착한 아들이 꼭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약속대로 컴퓨터를 더 공부하겠다는 꿈을 이뤄야지”라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최상경 순천효산고 교감은 “현장실습은 1단위여서 17시간만 하면 되지만 실습생들은 통상 2~3달씩 근로자의 70~80% 급여를 받고 일한다. 작업장에서 어린 실습생부터 보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이날 나흘째 실종자 5명의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홍군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순천/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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