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울림마당
설악산 어머니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상처는 깊어가고 아픔이 커지고 있지만 보존대책은 더디고 느릴 뿐 아니라 무관심한 듯 보인다. 아름다움이 지켜지고 알맞은 만큼의 사람들이 드나들며 자연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국립공원다운 모습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여러 해 동안 끌어오던 대청봉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지난해 5월 환경부 공원위원회에서 부결돼 끝이 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난해 11월 대청봉에서 1.1㎞ 떨어진 관모능선으로 상부종점 예정지를 바꾸어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계획을 재신청해 또다시 케이블카 설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양양군이 주장하는 케이블카 설치 목적은 집중되는 탐방객을 분산시켜 환경훼손을 줄이고, 자연친화적인 케이블카를 설치해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효율적인 국립공원 관리를 꾀하며, 남녀노소·장애인·외국인 등 모든 이가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자원을 조성하고 산악관광 형태에 변화를 주어 설악산을 세계적인 국립공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들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겉치레에 불과하다. 케이블카 노선이 지나는 곳은 설악산 자연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이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고 천연기념물 제217호이며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의 최대 서식지여서 출입통제 구역으로 지켜져 오는 곳이다. 누구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에 케이블카 노선과 상부종점을 설치하면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케이블카로 정상부에 집중되는 등산객들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은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라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케이블카를 이용한 탐방객의 증가로 자연환경 훼손이 가속화될 뿐이다. 자연친화 시설이 아닌 케이블카 건설이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전을 어떻게 가능하게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장애인들은 케이블카를 타러 오는 것이 전쟁이라고 말한다.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회기반 시설은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은데 산에 케이블카만 설치하면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될까. 외국인들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 설악산에 오는 것이지 케이블카를 타러 오는 게 아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케이블카 설치가 설악산을 세계적인 국립공원으로 격상시키는 일이 아니라 유원지를 개발하는 것에 다름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그림/설악녹색연합 대표
<한겨레>는 매주 한 차례 지역의 주요 의제를 다룬 기고를 싣습니다. ig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65살이상 어르신 매월 20만원 준다해놓고, 이제와…”
■ 실습고교생의 비애…손가락 다쳐도 성희롱도 “참고 견뎌라”?
■ 민주 비대위 현충원 참배…‘회초리 맞으러 왔습니다’
■ ‘우면산 적자 터널’ 통행료 올렸더니…지원금 더 들어가네
■ ‘30미터 터널 뚫어’ 돈 훔친 독일의 대단한 은행털이범
■ 하얀 불청객 비듬, 기름기 많아? 건조해서? 원인 달라요
■ 기부하고 버스광고까지…스타 기 살리는 열혈 팬클럽들
■ “65살이상 어르신 매월 20만원 준다해놓고, 이제와…”
■ 실습고교생의 비애…손가락 다쳐도 성희롱도 “참고 견뎌라”?
■ 민주 비대위 현충원 참배…‘회초리 맞으러 왔습니다’
■ ‘우면산 적자 터널’ 통행료 올렸더니…지원금 더 들어가네
■ ‘30미터 터널 뚫어’ 돈 훔친 독일의 대단한 은행털이범
■ 하얀 불청객 비듬, 기름기 많아? 건조해서? 원인 달라요
■ 기부하고 버스광고까지…스타 기 살리는 열혈 팬클럽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