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 순종 등 서약서도 요구
노조원들 “노예계약” 서명 거부
노조원들 “노예계약” 서명 거부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청소용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3개월 수습, 불평등한 서약서 작성, 통근차량 운행 중지 등을 앞세운 근로계약을 요구해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다며 계약서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22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연봉(포괄임금) 계약서’(1년 기한)를 보면, 용역업체 ㅇ사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수습기간 3개월을 적용하고 ‘수습기간 중 직무 적응에 문제가 있는 경우 해고하거나 사직을 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연차휴가를 설이나 추석, 국경일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계약서상 월급여는 식비·교통비를 더해 111만6000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업체 운영기준에 따라 불필요하면 즉시 퇴직하겠다거나, 전근·전임·출장 등 업체 명령에 절대 불평 없이 순종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요구했다. 원거리 거주자를 위해 운행하던 통근차량도 중단시켰다.
1999년부터 14년째 카이스트에서 청소일을 해왔다는 ㄱ씨는 “수습기간을 둔다는 조건은 처음이다. 청소일 하는 데 수습기간이 왜 필요한가. 말 잘 안 듣는 사람들 마음대로 자르겠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 조합원과 이 학교 청소노동자 등 100여명은 이날 학교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한 계약 조건과 서약서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ㅇ업체는 이날 오전 노조와 협의를 벌여, 3개월 수습 조건과 서약서 작성 요구를 철회했다. 그러나 통근차량 운행과 주5일 근무 요구는 거부했다. 이 업체와 계약한 대학 쪽은 ‘용역업체와 노동자들 사이의 문제’라는 태도다.
장영순(61) 노조 지회장은 “이곳은 일은 더 고된데도 급여는 10여만원씩 적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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