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훔쳐온 국보급 불상은 약탈품?
국내 들여와 팔려던 5명 붙잡아
신라 동조여래입상 등 3점 ‘수백억’
불법반출·약탈 확인땐 반환 논란
국내 들여와 팔려던 5명 붙잡아
신라 동조여래입상 등 3점 ‘수백억’
불법반출·약탈 확인땐 반환 논란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의 불상 2개를 일본 대마도에서 훔쳐 국내에 들여온 문화재 절도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불상들은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일본으로 반출된 경위와 반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일본 대마도의 신사 등에서 통일신라시대 동조여래입상(일본 국가지정 문화재 3295호)과 관세음보살좌상(나가사키현 지정문화재), <고려대장경> 고서 1권(〃) 등 문화재 3점을 훔쳐 국내에서 팔려던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김아무개(69)씨를 구속하고 문화재 운반·보관에 가담한 손아무개(61)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불상들은 국내 학계에서 고대·중세 불교미술의 수작으로 평가해온 작품들이다. 1974년 일본에서 동조여래입상의 가치가 1억엔으로 평가된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시가로는 수백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 등은 지난해 10월6일 밤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대마도) 기사카카이진 신사 등 3곳에 지붕 등을 뚫고 들어가 불상 등을 훔친 뒤, 부산항을 통해 반입해 구매자를 물색하다 덜미를 잡혔다.
경찰 수사는 지난해 12월17일 일본 당국이 뒤늦게 문화재 도난 사실을 외교통상부와 인터폴을 통해 알려오면서 시작됐다. 김씨 등은 범행 이틀 뒤인 10월8일 엑스선 검색대가 없어 반출이 용이한 후쿠오카항을 거쳐 부산행 여객선을 타고 불상을 국내로 들여왔다. 부산항에선 ‘모조품’이라고 속여 통관했다. 그러나 통관 과정에서 남긴 불상 사진이 일본이 수배한 불상과 같은 것을 확인한 경찰과 문화재청이 이들의 행적을 역추적하면서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동조여래입상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크기 40.3㎝다. 몸매가 드러나는 얇고 선이 굵은 가사를 입고 있으며 오른손을 올리고 왼손을 내린 모습이다. 관세음보살좌상은 머리 관이 없어진 상태로 크기 76.4㎝이며, 복장 유물에서 ‘천력3년(1330년) 고려 서주 부석사’라는 명문이 발견됐다. 절도범들이 신사 뒷산에 버렸다고 진술한 <고려대장경>은 고려 고종 38년(1251년) 인쇄된 것이다.
정은우 부산 동아대 교수(고고미술사학)는 “동조여래입상은 국보 182호 금동여래입상과 닮았으나 크기 면에서 최고의 수작이다. 또 관세음보살좌상이 봉안됐던 충남 서산 부석사 일대는 조선시대 왜구의 약탈이 극심했던 곳이어서 불상들의 일본 반출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불상들이 도난당한 장물로 확정되면, 일본 소장처에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반환을 거부하려면 유출의 불법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환 논란에 대해 허종행 문화재청 단속반장은 “유네스코 협약 등에 따라 훔친 문화재는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들 불상이 국내에 별다른 제지 없이 반입된 사실이 드러나자 허술한 통관 감시체계를 두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반입되는 문화재는 반출될 때보다 감시가 느슨한 게 사실이다. 불상의 형태와 좌대 등이 특이해 오래된 모조품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전 부산/송인걸 김광수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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