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텃밭 가꾸기에 나선 대전 노은고등학교 누리빛봉사단 학생들이 지난해 봄 부모와 함께 텃밭에 파종한 뒤 물을 주고 있다. 대전 노은고등학교 제공
대전 노은고등학교 누리빛봉사단 학생 13명은 요즘 부모와 함께 도심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가꾸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황무지 같은 땅이 6개월 만에 옥토로 바뀐 데 놀랐고, 텃밭 가꾸기가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환경운동이 된다는 것도 배웠다. 부모들도 친해져 ‘텃밭 공동체’를 이뤘다.
애초 봉사시간을 채우려던 것이 계기였다. 지난해 4월 버려진 땅을 유기농 텃밭으로 가꾸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걸 알게 되면서 텃밭 가꾸기에 나섰다.
학생들은 부모에게선 동참 약속을 받은 뒤 대전환경운동연합 문을 두드렸다. 분양받은 유성구 온천북로(노은동)의 50평 남짓한 땅은, 새도시 개발 여파로 10년 넘게 방치돼 있던 쓰레기더미였다.
열세 가족은 공동체놀이로 어색함을 털어내고는 땅고르기에 나섰다. 대부분 농사짓는 게 처음이라 지렁이만 봐도 비명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하지만 땀을 흘릴수록 황무지는 땅콩, 상추, 고추, 아욱, 고구마, 호박, 방울토마토가 무럭무럭 자라는 텃밭으로 바뀌어 갔다.
봉사단 회장 송미령(17·2학년)양은 안희찬·호찬 형제, 이강희군과 함께 텃밭을 연구하는 ‘에코시티 350’ 동아리(cafe.naver.com/nobana)를 꾸리고서 텃밭 활용 방안 탐구를 시작했다. 대전대 연구실을 찾아가 텃밭이 소비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실험했다. 노은동 주민들의 이산화탄소 발생 총량을 계산해보고는 텃밭 6676㎡(2019평)를 가꾸면 노은동의 이산화탄소 발생 총량이 ‘0’이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어 노은동에다 마련할 수 있는 텃밭 지도까지 만들어 지난해 11월 교내 노은창의인재대회에서 발표했다. 대상을 받았고, 환경연합시민상도 받았다. 송미령양은 “대도시라도 건물 옥상과 베란다 등을 활용하면 노은동을 탄소 중립도시로 가꿀 수 있어요. 3학년 때도 텃밭 가꾸기를 계속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용숙(43)씨는 “아이와 친해지고 다른 이들과 가족처럼 지내게 돼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텃밭 가꾼 경험을 잊지 말고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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