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한강하구 장항습지의 ‘람사르 습지’ 등록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간 가운데, 환경부가 장항습지를 아우른 전체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람사르 습지는 국제습지보존협약에 따라 지정·등록하여 보호하는 습지다.
7일 환경부와 고양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고양시는 6월말까지 시민 1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환경부에 람사르 습지 등록 절차 이행을 촉구할 방침이다. 고양시 신곡수중보~일산대교 사이 7.6㎞에 걸쳐 있는 장항습지(7.49㎢)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생물다양성이 높고,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으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정부가 2006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고양시는 장항습지 보존을 위해 2010년 3월부터 다섯 차례나 장항습지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을 환경부에 요청했다. 김효식 고양시 환경보호과장은 “각종 개발 위협으로부터 장항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등록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다른 지자체의 반대로 추진이 지지부진해 범시민 서명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가운데 장항습지만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태도다. 환경부는 대신 고양, 김포, 파주시 등 지자체들과 협의해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60.668㎢) 전역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을 올해 안에 추진할 방침이다. 백동섭 환경부 자연정책과 사무관은 “람사르 사무국에서도 일부 지역 지정에는 부정적이다. 람사르 습지 지정은 습지보호지역과 달리 법적 제재가 없으므로 반대하는 지자체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포시 등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 개발사업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여전히 미온적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경제적 불이익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도 준설 등 하천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국제적으로 중요 습지로 공인받게 돼, 경기도와 김포시가 요구하는 신곡수중보의 하류 쪽 이전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강원 인제군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지난해 한강 밤섬에 이르기까지 18곳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한강하구 전체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것이 맞지만 어려우면 모든 조건이 갖춰진 장항습지라도 먼저 람사르 습지로 등록해 그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체계적 보전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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