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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장승제 손님들 그냥 보내나요? 넉넉한 젯밥도 있어요”

등록 2013-02-14 22:34

충남 부여군 규암면 수북정에서 지난 12일 헌관들과 주민들이 자온당산제를 지내기 위해 자온대에 오르고 있다. 충남 부여군청 제공
충남 부여군 규암면 수북정에서 지난 12일 헌관들과 주민들이 자온당산제를 지내기 위해 자온대에 오르고 있다. 충남 부여군청 제공
[사람과 풍경] 장승제 준비 분주한 부여 청송리
2008년 부활…달집태우기도 명물
설~정월보름까지 전통행사 풍성

“유세차 계사년 정월 열나흘 경신… 충남 부여군 세도면 청송리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14일 안성교(75·충남 부여 세도 두레풍장보존회장)씨는 오는 23일 열릴 장승제와 달집태우기를 앞두고 제문 짓기에 여념이 없었다. 책력에서 간지를 찾는 틈틈이 손님맞이 음식과 제수까지 지시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청송리장승제는 음력 정월 열나흗날 오후 5시부터 두레풍장보존회와 산유화가전수관이 있는 옛 백운초등학교에서 열린다. 동네 주민들은 장승제를 마치고 저녁밥을 든든하게 나눠 먹은 뒤 달집태우기도 한다.

“한 200여명 올 걸로 봐요. 제가 두번이니 제상을 두개 차려야 해요. 손님들은 그냥 보낸데요? 사람들이 나눌 술밥거리도 준비해야죠.” 보존회는 장승제를 위해 돼지고기와 찰밥, 나물, 부럼, 막걸리, 떡 등을 장만해 잔치를 벌일 계획이다.

이 마을 장승제는 올해로 여섯번째다. 2008년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기능보유자들이 깎은 장승 2개를 마을 입구에 모시면서 시작됐다. 마을 어르신들이 “예전에 장승제를 지내다 끊겨 안타깝다. 주민의 안녕을 위해 장승제를 다시 지내자”고 제안해 장승제의 맥이 이어졌다. 장승제는 장승 깎을 나무를 골라 나무와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베어내 깎아 세우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지난해 여름에 장승을 새로 깎아 세운 터라 올해는 제만 지낸다. 주민들은 백제 가요인 ‘산유화가’ 보전회가 마을에 있으니 이 마을의 정월보름제도 천년 역사를 헤아릴 터지만 정확한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자랑하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고 했다.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인 지난 10일부터 정월보름인 이달 24일까지 충남 부여에서는 규암 봉고재 산신당, 수북정(12일)을 비롯해 10여곳에서 동화제, 탑제, 산신제, 장승제, 당산제가 열리고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마을의 진산, 조상신, 수호신에게 지난 한해 마을의 애경사를 보고하고, 새해 국태민안, 주민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세시풍속이다.

제를 지내기 전, 제사를 모시는 헌관은 물론 주민들도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부정을 막는다. 제사를 마치면 주민과 구경꾼들이 어울려 음식을 나누고 풍장을 치며 즐기는 어울마당이 이어져 흥을 더한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새해맞이 전통행사들은 수백년 동안 이어지면서 마을과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재지만 고령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많이 사라졌다. 관내 마을들이 전통을 지킬 수 있도록 군 차원에서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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