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민과 특성화고생 연결
현장경험 등 농사 성공비법 전수
현장경험 등 농사 성공비법 전수
“숱한 실패와 시련을 겪었어요. 누군가 이끌어 줬다면 훨씬 빨리 자리를 잡았을 텐데….”
18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고소득 농어가와 농수산 고교생을 연결하는 멘토링제 선포식. 대산농촌문화상, 친환경농업대상을 받는 등 농업경영에서 성공한 본보기로 평가를 받는 강용(46) 학사농장 대표는 19년 전 30만원으로 토지 66㎡에서 유기농에 뛰어들 때를 회상하며 “그땐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농수산업에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는 학생들 앞에서 농부를 꿈꿨던 어린 시절, 대학 졸업 뒤 맨몸으로 시작한 농사, 태풍에 비닐하우스가 날아간 순간의 좌절 등을 낱낱이 들려줬다. 이어 공감하는 이들이 적어 어렵게 유기농업을 꾸려온 과정을 소개하고, 생산에서 가공·포장·유통·납품·매장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갔던 경험도 들려줬다.
“초기엔 작물의 재배, 하우스 설치, 시장 상황 등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당시 듣고 보고 배울 기회가 있었다면 답답함과 막막함이 덜했을 거예요. 이제라도 선배 농어민과 후배 고교생을 이끔이(멘토)와 따름이(멘티)로 묶어 끌어주고 밀어주게 한다니 한다니 반가워요.”
그는 “요즘은 농수산 관련 정보가 온라인에 차고 넘친다. 학생들한테 농어업 식품 분야의 가능성을 알려주고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것이 이끔이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의 따름이인 강전미(18·장성실고 식품가공과 2)양은 “한식·제빵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 꿈”이라며 “유기농으로 일가를 이룬 분의 조언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른 따름이 기현정(18·〃)양은 “꿈을 실천할 경로가 아직 막연하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조언을 듣고 싶다”고 바랐다.
전남도는 이날 식량작물, 채소·화훼, 과수, 특작·특용, 축산, 수산 등 6개 분야에서 연소득 1억원 이상을 올리는 농어민 35명을 이끔이로 선정했다. 또 전남생명과학고·여수해양과학고 등 12개 농수산 특성화고 1~2학년 학생 120명을 따름이로 지정했다. 이어 지역·전공을 고려한 이끔이-따름이를 정해 만남을 주선했다. 이끔이 농어민들은 후배들의 진로·취업의 고민을 들어 상담하고, 현장의 지식과 경험을 알려주게 된다. 학생들은 작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배우고 자원봉사와 일손돕기에 나선다.
송경일 도 경제통상과장은 “따름이들은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이 됐을 때 식량수급을 책임질 주역들”이라며 “다달이 만남의 날을 지정하고, 현장체험과 일손돕기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세대간에 연대감이 강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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