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후유증 치료기관 필요
“실태 기초조사 먼저” 주장도
“실태 기초조사 먼저” 주장도
제주4·3사건 피해자와 경험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 치유센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트라우마센터 건립에 앞서 사전 철저한 준비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채도 인권의학연구소 조사연구팀장은 19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강창일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4·3트라우마센터 건립 필요성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 4·3이 일어난 지 상당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적합한 특수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 팀장은 “4·3 피해자들의 경우처럼 오랜 기간 국가에 의해 가해행위가 체계적으로 부인되고 방치되면 정신적 외상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관계에 직접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피해자들은 가족관계 안에서 ‘가해자’로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가정불화의 원인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유센터의 구성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들을 통한 기금 출연으로 독립적인 법인이 위탁·운영하는 전문치유센터나 민간치유센터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라우마센터 설치에 앞서 기초조사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장은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 4·3트라우마치유센터의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5·18기념재단이 후유증 치유를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4·3 피해자 트라우마 실태에 대한 기초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윤 변호사는 “4·3특별법에 전문치유센터 설치 및 전문의료센터의 지정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령에 이를 구체적으로 위임할 것인지, 그리고 치유센터의 설립과 관련해 설립 주체와 운영 주체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라우마센터 설립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식 제주4·3평화재단 추가진상조사단장은 “후유장애인의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행정 절차, 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의 적정한 산정 여부 등에 대한 심각한 검토 없이 트라우마 치유에 대한 해결방안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또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병원비와 생활보조비를 지급하는 수준에서 국비 지원의 트라우마센터 건립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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