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충남 홍성군 홍북면 신정리에 마련한 새살림 집에서 충남도청 농정혁신계 추욱 계장과 길병성·송요권 주무관이 환하게 웃고 있다.(위부터)
충남도 제공
[사람과 풍경] 농가서 한집살림 차린 충남 ‘3농혁신팀 삼총사’
도청 새청사 15분 거리에 둥지
농민접촉 늘어 업무에도 도움
“경제논리 아닌 정책배려 필요” “걱정도 했죠. 같은 부서인데 퇴근하고 나서 집에서까지 회의하면 어떡해요. 끔찍하잖아요.” 충남 홍성 충남도청 새 청사에서 차로 15분 거리 신정리에 가면 ‘3농혁신 삼총사’가 한솥밥을 먹는 집이 있다. 지난 세밑 도청이 대전에서 옮겨오면서 추욱(52) 농정혁신계장과 길병성(50)·송요권(45) 주무관 세 남자가 방 3칸짜리 농가에 ‘새살림’을 차린 것이다. 여느 도청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은 것과 달리, 이들은 누구랄 것 없이 서로 의기투합해 한집에 들었다.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으로 싼값이라서 돈도 아낄 수 있었다. 길 주무관은 지금도 도배하던 날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만만하게 본 거죠. 친구 하나 불러 넷이서 도배를 했는데 힘들어서 결국 절반밖에 못했어요.” 지은 지 10년가량 된 집이지만 웃풍이 심해 올겨울 강추위에 고생도 했다. 삼총사 막내 송 주무관은 “처음엔 보일러 틀어도 콧등이 시려 30~40분은 잠도 안 오더라”고 전했다. 저녁마다 세 남자가 오붓하게 둘러앉아 술 한잔 기울일 것 같은데, 몇 차례 모이지도 못했다고 한다. 도정 핵심정책인 3농혁신을 총괄하는 부서인 탓에 새벽 출근에 밤 11시까지 야근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각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철칙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수상히 여길 정도였단다. 길 주무관은 “새벽이나 한밤중에 차 소리만 나고 사람은 잘 안 보이니까 ‘걔들 공무원 아니고 이상한 놈들 아녀’라는 말도 들었어요.” 길 주무관은 최근 3농혁신 전진대회 준비로 과로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농가생활 석달을 지나며 농촌 현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기뻐했다. 길 주무관은 “여기 오니까 정말 피부에 와 닿아요. 단지 경제논리로만 볼 게 아니라 농촌을 살리려면 정책적인 차원에서 배려가 필요합니다. 3농혁신 잘해야지요”라고 의지를 다졌다. 송 주무관도 “가까이서 주민들을 만나니 업무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이심전심으로 화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추 계장은 “다들 서로 의지하고 뭐든 도와주려고 하니 팀워크가 아주 잘 갖춰졌어요”라며 “다른 직원들이 부럽다면서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귀띔했다.
삼총사는 조만간 집 앞 텃밭 100여평에 상추와 고추 등속을 심을 참이다. 삽, 낫, 호미 따위 연장은 일찌감치 준비했고, 아랫집에 도움도 요청해놨다. 추 계장은 “3농혁신에 걸맞게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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