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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여수산단 폭발현장에 계약직 투입 당시
40m 밖 작업자들은 “가스 있다” 철수

등록 2013-03-19 20:59수정 2013-03-20 08:42

1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 희생자 6명의 넋을 기리는 합동장례식이 19일 오전 여수시 신월동 여수장례식장에서 열려, 김경현씨의 노모 장청자씨가 자식의 영정을 붙잡은 채 오열하고 있다. 여수/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1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 희생자 6명의 넋을 기리는 합동장례식이 19일 오전 여수시 신월동 여수장례식장에서 열려, 김경현씨의 노모 장청자씨가 자식의 영정을 붙잡은 채 오열하고 있다. 여수/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플랜트건설노조·민주노총 조사
배관 35명 사고 4시간전 떠났는데
저장조에선 위험한 상황에도 일해
희생자 영결식장 유족 울음바다
노동자 17명이 숨지거나 다쳤던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 대림산업㈜ 폴리에틸렌공장 저장조 폭발사고 당시 사고 현장 40여m 부근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가연성 가스가 제거되지 않았다’며 사고 4시간쯤 전에 철수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남본부는 19일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를 조사한 결과, 폭발사고가 난 지난 14일 사고 지점에서 40여m 떨어진 배관 보수에 투입됐던 ㄷ플랜트 노동자 35명은 ‘배관에 가스 제거(퍼지·purge)가 100% 되지 않았다’며 오후 4시께 작업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근 저장조에서 보수했던 하청 노동자들은 야간 작업을 강행하다 6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으며, 대림산업 직원 2명도 부상을 입었다.

ㄷ플랜트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배관 안의 퍼지가 안 돼 오후 5시까지만 일하고 철수했다. 배관 교체를 위해 용접기까지 설치했지만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을 이끈 천종근 전남도의회 의원(전 대림산업 노조 위원장)은 “공장을 멈추고 하는 대정비 때는 전체 공정을 깨끗이 비우고 일제히 작업을 한다. 이번 사고 땐 퍼지가 안 돼 위험한 상황인데도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을 저장조에 투입해 대형 참사를 빚었다”고 말했다.

또 사고 당시인 14일 오후엔 저장조와 연결된 3인치 굵기 배관이 심하게 요동쳤다는 증언도 나와 저장조가 불안전한 상태였음을 뒷받침했다. 노동자들은 ‘폭발사고가 난 저장조에 가스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폭발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대림산업 쪽은 여태껏 “작업을 위해 저장조 내부를 질소와 공기로 충분히 치환했고, 가스 잔존 여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19일 오전 9시께 여수장례식장에서는 이번 사고로 숨진 백중만(41)·김종태(53)·조계호(38)·서재득(54)·이승필(42)·김경현(38)씨 등 노동자 6명의 영결식이 열렸다. 유족들은 갑자기 이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했다. 조씨의 아들인 인호(8·초등1)군은 “아빠 어디 가, 가면 안 돼”를 외치다 까무러쳤고, 김경현씨의 노모 장청자(74)씨는 흰 천이 덮인 아들의 관을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유족들과 노동자 500여명은 오전 10시께 대림산업 폴리에틸렌공장 앞에서 노제를 올렸다. 신성남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장은 희생자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다시는 억압과 탄압, 고통과 걱정이 없는 곳에 가서 편히 쉬시라.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노동자들의 주검은 여수 영락공원과 순천 연화원에서 화장된 뒤 저마다의 고향에 안치됐다.

여수/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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