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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주민이 세운 학교…미군에 내줄 수야”

등록 2005-08-17 21:04수정 2005-08-17 21:06

폐교된 평택 대추분교 국방부가 터 매입
마을주민 도서관 열어 ‘기지 편입 저지’
 “미군 기지확장을 위해 학교 터를 내 줄 수는 없지요”

17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에서 열린 대추마을 ‘솔부엉이 도서관’ 개관식에서 만난 홍창유(68)씨는 “내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69년 문을 연 대추분교는 한 때 학생수가 368명에 이를 만큼 큰 학교였다. 홍씨는 “미군기지가 들어선다고 해 옛 대추리에서 쫓겨나온 주민들이 맨손으로 지금의 대추리에서 땅을 일구고 자식들에게는 못 배운 한을 넘겨줄 수 없다며 세운 학교가 대추분교”라고 말했다. 학교를 세울 당시 주민들은 교육청 요청에 따라 3600여평의 학교 터 가운데 절반을 십시일반으로 거둔 쌀을 팔아 매입한 뒤 교육청에 기증했고 학교를 지을 때는 우마차로 모래를 퍼 나르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추분교는 그러나 이농현상으로 학생수가 크게 줄면서 30년 간 836명의 졸업생을 내고 지난 2000년 폐교된 뒤 국방부가 지난달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학교터를 매입했다.

국방부는 현재 폐교를 임대받아 사용 중인 두레 풍물보존회에 지난 13일까지 퇴거를 요구한 상태다. 주민들은 한 때 자신들이 어렵게 세운 초등학교가 분교로 되고 이어 분교에서 다시 폐교된 뒤 36년만에 미군 기지의 확장을 위해 완전히 지도에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에 대해 착잡해하면서도 그냥 내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추리 김지태 이장은 “공부상으로는 교육청 소유였지만 학교의 실질적 소유권은 대추리 주민들에게 있다”며 “해마다 마을 운동회는 물론 친목회가 열릴 만큼 대추리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을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결코 이대로 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문을 연 ‘솔부엉이 도서관’은 50여m 떨어진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뜨는 헬기 소음 속에서도 방학을 맞은 대추리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시끌시끌했다. 아이들이 책을 보는 뒤편으로는 전국의 시민 독지가가 보내온 900여권의 각종 책과 어린이 영상물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문만식(37) 솔부엉이 도서관장은 “오는 27일 학교 운동장에서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대추초등학교를 지켜내기 위한 벼룩시장과 바자회, 문화공연 등의 평화 난장을 열 예정”이라며 “뜻있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031-691-2056).


평택/글·사진 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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