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풍경
영동선 분천역 ‘간이역 영화제’
영동선 분천역 ‘간이역 영화제’
영동선 분천역은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4번 멈춰서는 해발 500m 첩첩산중 한켠에 자리잡은 단층짜리 아담한 역이다. 영주로 가는 열차가 꼬불꼬불 산길을 돌고돌아 숨을 고르는 이곳에 영화관이 섰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문화나눔행사인 ‘간이역 찾아가는 영화제’ 첫 행사다.
4일 저녁 7시 역 잔디광장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되자 산골은 주민 100여명의 탄성과 박수로 메아리쳤다.
“어릴 때 마을에 가설극장이 들어온 적은 있지만 커서 영화 보기는 처음입니다.” 아내와 함께 자리잡은 김덕섭(51)씨는 쑥스러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매한가지다.
주민들이 스크린 영화를 보는 건 대부분 수십년 만이다. 어릴 때 가설극장이 들어오거나, 열차를 타고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극장나들이를 하지 않으면 영화를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춘양면 극장이 오래전 문을 닫으면서 영화관 나들이는 옛 추억이 됐다. 노부부는 봄날 밤에 잔디밭에 앉아 차 마시고 과자 먹으며 영화를 보니 젊을 때로 돌아가 연애하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뭔 영화래?” “액션영화라는데?” “액션 하면 박노식이지. 박노식이 나와?” “요즘 만든 거라는데. 박노식이 나오겠어?”
이날 분천역 특설영화관에서는 청룽 감독, 권상우 주연의 <차이니스 조디악>이 상영됐다. “아이쿠”, “어허”, “그것 참!” 영화에 빠져든 주민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이 역과 철길은 짙은 어둠에 묻혔다.
‘간이역 찾아가는 영화제’는 코레일이 롯데시네마, 씨네우드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오지 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문화나눔 행사다. 백두대간 관광전용열차인 오-트레인과 브이-트레인 개통을 기념해 이 열차들이 정차하는 주요 역 가운데 인근에 개봉관이 없는 영월역(5월3일), 제천역(5월17일), 태백역(5월31일), 철암역(6월14일) 등 오지 역을 순회하며 열린다.
관광전용열차 정차 역 주민들은 열차가 본격적인 상업운행을 시작하는 12일에 맞춰 역 광장에 먹거리 장터 등을 열고, 산나물과 손두부, 메밀가루 등 지역 특산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조형익 코레일 여객사업단장은 “관광열차 개통을 기념해 오지 역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간이역 영화제’를 준비했다. 관광열차 운행이 이들 지역 주민들에게 활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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