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 된 순천 경전철

정원박람회 맞춰 궤도 깔아놓고
차량 안전성 문제로 개통 못해
시행사 특혜논란에 시·의회 갈등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에 도입된 순천소형경전철(PRT)이 지상에 궤도만 설치한 채 시동조차 걸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3일 순천시와 ㈜순천에코트랜스의 말을 종합하면, 피아르티(Personal Rapid Transit, 무인궤도차)는 전체 설치 공정이 97%에 그치고 차량의 도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정상 운행의 일정을 잡기 어려운 형편이다. 관람객들은 국제습지센터 앞에 있는 2층 규모의 정거장과 동천 둑길을 따라 길이 4.6㎞, 높이 2.5~4.5ｍ로 설치된 궤도를 보며 “언제부터 개통하느냐”고 궁금해하고 있다.

현재 정거장 건립과 궤도 설치 등 공사는 끝났지만, △전기·제어 장치 점검 △주행 시운전 △안전성 검사 등은 진행중이다. 애초 도입하려던 차량 40대 중 6대는 순천에 들어왔고, 6대는 경기도 화성에서 조립을 하고 있다. 8월까지는 전체 차량을 들여와 시운전을 하고, 10월엔 개통하겠다는 것이 에코트랜스 쪽의 계획이다. 정상 운행을 하려면 교통안전공단의 안전성 승인과 순천시의 준공검사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업자인 순천에코트랜스는 10월20일 폐막하기 전까지 운행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피아르티는 순천시가 인공 정원인 박람회장과 생태 습지인 순천만을 잇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도입했다. 시속 30~40㎞로 달리는 6인승 무인궤도차를 타고 순천만을 왕복하려면 5000원을 내야 한다. 시행자인 포스코는 특수목적법인인 에코트랜스를 설립해 610억원을 투자하는 대신 2042년까지 30년 동안 독점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목적과 절차를 두고 잡음이 불거지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순천지역 시민단체들은 “피아르티가 순천만의 경관을 훼손하고, 종다양성을 해친다”며 설치를 반대했다. 또 사업 공고 이전에 시행자를 포스코로 선정한 것은 위법이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현지 감사를 벌여 담당 공무원 4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순천시의회도 “피아르티의 승객이 감소하지 않도록 다른 교통수단의 순천만 진입을 배제하고, 포스코에서 적정 이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위험손실금을 지원하기로 협약한 것은 특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의회 행정자치위는 성명을 내어 “시행자가 개막에 맞춰 개통하지 못한 만큼 의무 불이행의 책임을 물어 협약을 해지해야 한다. 시설을 철거하고 손해를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천시는 피아르티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이른 시일 안에 종합적인 대안을 내놓겠다’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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