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의회 ‘가격안정 기금’ 전국 첫 예산통과

농축산물 폭락때 농가에 지원
올 10억…2017년까지 50억 목표
강원도·부여군도 기금 추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한 시·군이 여전히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쌀 직불금 제도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지원책과 별도로 예산을 시·군에서 자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표)

충북 음성군의회는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군에서 올해 처음으로 책정한 기금 10억원이 포함된 추가경정 예산안이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24일 밝혔다. 군에서는 2017년까지 해마다 10억원씩 모두 50억원의 기금을 마련할 참이다. 조례에는 쌀·고추·복숭아·수박·인삼·한우 6개 농축산물의 도매시장 가격이 최저값 아래로 떨어지면 기금에서 그 차액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차액을 농민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음성군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2011년 주민 6421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 발의로 조례안을 추진한 끝에 지난해 1월 조례 제정을 이끌어낸 음성군 농민회는 환영 뜻을 밝혔다. 이상정 음성군 농민회장은 “이번 기금 마련이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농축산물의 가격 하락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차액 지원 시기를 2015년 말로 앞당길 수 있도록 군·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는 유일하게 부여군에서도 주민 발의로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부여군 농민회는 올해 초 조례안을 군에 접수한 뒤 주민 36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청구인 명부를 이달 5일 군에 제출했다. 조례안에는 쌀과 한우를 비롯해 부여를 대표하는 농특산물(부여 8미)인 수박·멜론·밤·표고버섯·방울토마토·딸기·양송이버섯·오이가 차액 지원 대상으로 담겼다. 정효진 부여군 농민회장은 “기금 적립액을 100억원으로 잡았고 지역농협에서도 출연하는 걸로 돼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다음달부터 채소류 가격 안정을 위해 자조금을 만들어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도의회 임시회에 추경 예산안 2억1000만원이 편성됐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시·군비 4억9000만원과 자부담 7억원 등 지자체와 농민이 절반씩 부담해 올해 14억원 규모의 자조금이 조성된다. 강원도는 2017년까지 총 100억원 규모의 자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상 품목도 올해는 토마토와 풋고추로 한정되지만 2014년 이후에는 오이와 가지, 호박 등으로 확대된다.

음성군 농업인단체 연합회는 이날 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음성군의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농민들이 가격 폭락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국가적으로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진식 박수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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