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여성기금 등 빌려 갚을 계획
이자 싸다지만 운용에 악영향 우려
4년째 적자에 “중간평가 필요” 지적
이자 싸다지만 운용에 악영향 우려
4년째 적자에 “중간평가 필요” 지적
전남도가 코리아그랑프리(F1)의 경주장 건설·취득 등에 3000억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했다가 이자 부담이 커지자 농어촌·사회복지·여성·중소기업 분야에 쓰일 기금들로 이를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도는 최근 전남도의회에서 에프원 관련 지방채의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에 따른 재정 압박을 타개할 대책을 묻자, ‘통합관리기금으로 이자가 높은 은행 부채를 먼저 갚는 방식으로 금융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도는 2008년 7월~2011년 12월 에프원과 관련해 △경주장 건설 868억원 △경주장 취득 1980억원 △경주장 진입로 127억원 △운영법인(KAVO) 출자금 173억원 등 지방채 3148억원을 연리 4.0~4.85%로 조달했다. 이 가운데 918억원을 지난해까지 상환했고, 나머지 2230억원에 대해선 연간 91억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농협에서 변동금리로 빌린 경주장 취득비 1930억원(50억원 상환) 중 1500억원을 올해 안에 갚기로 했다. 필요한 비용 중 800억원은 지역개발기금(연리 4.0%)으로 새로 빌리고, 700억원은 15개 기금이 들어 있는 통합관리기금(연리 3.2%)에서 차입해 마련한다. 통합관리기금에는 농어촌진흥기금·사회복지기금·여성발전기금·중소기업육성기금·한옥발전기금·체육진흥기금 등이 들어 있다. 도 관계자는 “농협 금리보다 지역개발기금의 금리가 낮고, 기금 운용에 여유가 있어 은행에 예탁중인 통합관리기금을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도의회는 에프원 지방채를 둘러싼 비판을 무마하려는 미봉책이며 다른 기금의 운용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민 의원(보성1)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다. 에프원 지방채라는 제목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경주장 취득이라는 원인행위로 발생한 재정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차환한 지역개발기금 800억원도 역시 부채이고, 차입한 통합관리기금 700억원도 2015년부터 3년 동안 233억원씩 갚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박준영 전남지사가 에프원 지방채를 둘러싼 시비를 자신의 임기 만료 이후로 미루려고 한다. 에프원 지방채의 이자뿐 아니라 대회 운영 적자도 2010년 725억원, 2011년 610억원, 2012년 386억원, 올해 238억원(추산) 등으로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내년엔 한해 중단하고 중간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